5,000억원이 넘는 돈이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당사자가 기억만 찾는다면 즉시 받을 수 있는 액수가 1,500억원을 웃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말 현재 지급이 개시되지 않은 연금저축상품의 미수령 계좌가 14만8,000건에 달한다. 지급 기일을 맞은 상품 33만건 가운데 절반가량이 수령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적립금 규모도 5,323억원에 달한다.
연금저축은 1994~2000년 판매된 옛 개인연금(개인연금저축)과 2001년 출시된 새 개인연금(연금저축)으로 나뉜다. 가입 시 연금지급 조건을 정한 개인연금저축의 미수령 계좌는 14만2,000건으로, 적립금 4,641억원 가운데 1,537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현재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령 가능해지는 시점에 연금지급 방법을 정하는 연금저축의 미수령 계좌는 5,543건(적립금액 682억원)이다.
수년간 매달 꼬박꼬박 돈을 납입하고도 정작 연금을 찾아가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전체의 94%가 금융회사와 가입자간 연락이 끊긴 탓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금저축의 경우 5~10년 이상 적립하는 장기상품이다 보니 가입할 때 써낸 연락처와 주소가 바뀌어 고객에게 안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해당 가입자들은 납입 기간과 수령 기간의 차이로 인해 가입 사실을 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다음달까지 각 금융회사가 예금이나 대출 등의 거래를 하는 연금 지급 대상자에게 미수령 계좌에 대해 안내하는 시스템을 만들도록 하고, 고객의 연락처도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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