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문제를 놓고 정부의 스텝이 꼬였다. 정부는 19일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문제를 분리해 별도의 트랙으로 다루겠다"고 기본 입장을 밝혔지만 북측에 공식적으로 어떻게 전달할지 결정하지 못한 채 20일에도 하루 종일 고심을 거듭했다.
정부는 당초 이날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된 이후 논의하자"는 취지의 전화통지문을 북측에 보낼 것으로 관측됐다. 정부는 판문점 연락채널의 근무시간을 연장하며 막판까지 내부 입장을 조율했지만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 재개는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있어서 잘라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을 '김 빼기'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 지난 14일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이후 북측이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껄끄러운 사안은 되도록 후순위로 미루겠다는 것이다. 우리측이 이산가족 상봉 카드를 내밀었고 북측도 이에 동의한 만큼 금강산 관광이라는 복잡한 이슈를 처음부터 꺼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북측도 우리측의 답변 지연에 대해 아직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른 정부관계자는 "마치 저쪽에서 회담을 제의하면 우리가 당연히 그 아젠다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우리측이 23일로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을 18일 수용하면서 22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열자고 역제안했다.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문제를 동시에 다루려는 패키지 전략이다.
반면 정부는 2008년 박왕자씨 피살 이후 북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에 대한 확약이 없는 상태에서 금강산 관광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남북간 교류협력을 차단한 대북 5ㆍ24제재조치와 상충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북측의 제안을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또한 22일 금강산 실무회담에 대한 답변 없이 23일 이산가족 상봉 회담만 열자고 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지만 21일에는 어떤 식으로든 북측에 입장을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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