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에 대한 학생 학부모 교사의 만족도는 초중고를 막론하고 일반학교보다 높지만 교사가 평가한 수업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학교를 확대하려는 서울시의회와 이를 견제하려는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이윤미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는 20일 서울시의회 주최로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교육혁신방안 토론회'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교수가 지난 5~6월 혁신학교 61곳과 일반학교 29곳의 학생 학부모 교사 등 1만4,8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혁신학교 학생들이 느끼는 학교만족도는 초ㆍ중ㆍ고교 모두에서 일반학교보다 높았다. 초등학생의 경우 일반학교의 만족도는 4점 만점에 3.17점이었으나 2011년 지정된 1기 혁신학교에서는 3.32, 이듬해 일반고교에서 전환한 2기 혁신학교에서는 3.33으로 높아졌다.
학생들의 학업수행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학습효능감도 혁신학교가 일반학교보다 높았다. 일반학교에 재학 중인 중학생은 이 항목에서 4점 만점에 2.70점을 줬다. 반면 1,2기 혁신학교 재학생은 각각 2.74, 2.83점으로 평가했다. 학습효능감은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나타내기 때문에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다. 이 교수는 "혁신학교를 '학습을 중시하지 않는 학교' '노는 학교'라고 일컫는 사회 일각의 비판이 객관적 근거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있다. 강의식 수업을 하다가 공동 해결과제를 내주고 답을 찾게 하거나 개개인의 의견을 반영해 학교 규율을 정하는 등 학교 생활 전반에서 학생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범사업으로 많은 관심을 받은 1기 혁신학교와 달리 혁신학교 확대 바람을 타고 지정된 2기 학교에서는 문제점도 없지 않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수업 분위기가 문제로 지적됐다. 초등학교, 중학교의 경우 교사들이 평가한 수업 분위기가 일반학교보다 높았으나, 고등학교에서는 일반학교에 대한 평가(2.43)가 2기 혁신학교(2.17)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 교수는 "혁신학교로 지정된 뒤 신입생을 받은 1기와 달리 2기는 낙후된 지역의 일반고교가 전환한 경우"라며 "일반고교일 때 입학한 학생들의 성적이 낮기 때문에 혁신학교로 바뀐 뒤에도 수업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게 아닐까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한계에도 혁신학교는 교육혁신, 학생인권 존중, 시설여건 등 대다수 평가 항목에서 일반학교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는 올해 초 경기도교육연구원이 내놓은 연구결과와도 비슷하다. 당시 연구원은 혁신학교 교사와 학생들의 만족도가 수업혁신, 학교 공동체감, 생활지도 효능감 등 5개 항목 모두에서 일반학교보다 높다고 발표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혁규 청주교육대 교육연구원장은 "입시에 치중하는 학교의 변화 모델로 혁신학교를 가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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