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넓은 집으로 옮기려 해도 부동산에서는 초소형 원룸 밖에 없다고 하고, 편의시설이나 주차공간이 좋은 곳을 찾아보면 월세가 비싸서 부담이 커요."
4년 전 서울로 올라온 직장인 김모(28)씨는 최근 조금 넓은 평수의 원룸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8평 남짓(26㎡)의 다세대 소형주택에 살고 있는 김씨는 12평(40㎡)이상의 집을 구하고 싶지만, 중소형 원룸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부동산중개소를 통해 드물게 넓은 평수의 방을 소개받더라도 한달 70만원 이상을 내야 하는 월세가 부담이다. 김씨는 "집 안에 책상이라도 놓기 위해서 집을 구하고 있지만 극소형 원룸 매물만 나오는 실정"이라며 혀를 찼다.
1ㆍ2인 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가 2009년부터 도시형 생활주택(85㎡이하)의 공급을 늘려오고 있지만 40㎡ 이하의 극소형 원룸만 늘어나 거주자들의 만족도가 낮아지고 있다. 게다가 1ㆍ2인 가구의 10명 중 8명은 주거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서울연구원 도시정보센터가 분석한 도시형생활주택(단지형 연립주택ㆍ원룸형 주택) 거주형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수의 61%로 집계됐다. 2010년 4분기부터 2012년까지의 서울시내 40㎡이하의 소형주택 중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 비율은 12%에서 91%로 급증했다.
공급은 늘었지만 1ㆍ2인 가구의 주거 만족도는 낮은 실정이다. 전용면적이 극히 작은 평수위주로 공급이 쏠렸기 때문이다. 실제 2012년 기준 서울시 내 인ㆍ허가된 도시형생활주택의 약 81%는 원룸형 주택으로, 이 중 전용면적이 3~5평(12~20㎡)인 경우가 전체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작은 평수라고 해서 주거비가 싼 것도 아니다. 서울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전세 거주자 과반수와 월세 거주자의 78%가 평균 67만2,000원이나 하는 주거비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한 부동산 컨설팅 관계자는 "많은 가구를 월세로 내놔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에 초소형 원룸이 집중적으로 지어지고 있다"면서 "수요가 많다 보니 월세가 싼 편도 아니어서 거주자들의 불만이 지속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이 원룸형 위주의 공급이 지속될 경우 1인용 소형주택은 남아도는 반면 2인용 주택은 공급 부족의 문제가 우려된다"며 "획일화된 원룸형 주택 공급에서 벗어나 2인 가구 등 주택유형을 다양하게 공급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