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파수 경매를 둘러싼 통신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물 밑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심리전으로 번지고 있다. 업체들은 이 같은 심리전에 대해 서로 경매 방해를 주장하며 고발을 검토하는 등 강경 대응할 계획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원하는 주파수 가격이 지나치게 오를 경우 다른 주파수로 이동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KT가 원하는 주파수는 현재 보유 중인 1.8㎓와 인접한 D블록의 또 다른 1.8㎓다. 이를 확보하면 기존 1.8㎓ 주파수와 나란히 붙여 차선을 넓힌 고속도로처럼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 받는 광대역 LTE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그럴려면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내놓은 1안과 2안 등 2가지 경매 방안 중 D블록이 속한 2안의 입찰가가 높아야 KT가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19일에 이어 이날까지 이틀 연속 D블록이 빠진 1안의 경매가격이 더 높게 나왔다. 이렇게 되면 KT가 D블록을 가져가기 위해 2안의 입찰가를 1안보다 높게 제시해야 한다. 그렇다고 마냥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KT는 2.6㎓ 주파수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경쟁업체들과2 대 1 싸움을 벌여야 하는 KT가 2안의 D블록 1.8㎓ 가격이 너무 오르면 대신 1안의 2.6㎓ 주파수를 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6㎓ 주파수는 SK텔레콤이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KT가 경쟁사를 압박하기 위한 심리전을 펴는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KT는 D블록 1.8㎓ 주파수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주파수에 관심 있는 것처럼 흘려서 경쟁사들에게 부담을 주고 D블록은 상대적으로 가격을 올리지 않으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KT의 심리전이 경매 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채증 작업을 벌여 경매 종료 후 KT를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D블록 적정 가격이 5,000억~7,500억 원이라는 주장을 흘리는 등 문제가 많아 채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주파수 선택에 대한 언급도 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KT도 이날 "일부 업체들이 경매 중간 진행 상황을 외부에 노출해 경매를 방해했다"며 미래부에 조사를 요청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