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100% 국가 부담'의 의미가 고작 자기공명영상(MRI) 등 검사 몇 개와 항암제 몇 개 보장해주는 것이었습니까?"
기초연금과 더불어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 복지 공약이었던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보장'은 공약 후퇴 비판을 받는 대표적인 항목이다. 정부가 6월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사회보장위원회를 열고 4대 중증질환 보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논란의 핵심이었던 3대 비급여 대책을 연말로 미뤘기 때문이다. 3대 비급여란 현재 건보 급여 대상이 아닌 선택진료비(특정 의사를 선택해 진료 받을 때 추가로 내는 비용), 상급병실료, 간병서비스를 뜻한다.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약집에 '4대 중증질환의 보장률을 100%로 확대하겠다'고 밝혀 이 모든 것을 건강보험이 책임진다는 의미로 여겨졌었다.
정부 계획안에 따르면 암, 뇌, 척추질환에만 건보 적용되던 MRI검사를 심장질환까지 확대하고 고가항암제와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에도 건보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카메라 내장형 캡슐내시경, 초음파 절삭기 등 비용 대비 치료 효과는 낮으나 사회적 수요가 높은 최신 의료에 '선별급여'라는 급여체계를 도입해 건강보험에서 20~50% 정도 보장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이로 인해 진료비 부담액이 1인당 43%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환자들이 체감하는 부담과는 차이가 크다. 중증질환자 가계파탄의 주범으로 꼽히는 3대 비급여 비용은 애초에 이 계산에서 빠져있기 때문이다. 비급여 항목 중 심장질환 MRI검사 비용은 1.7%에 불과하지만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는 46% 수준(2011년 기준)이고 간병비 총액은 연간 2조~3조원으로 추정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4대 중증질환자 159만명 중 연 소득의 10% 이상을 의료비로 쓰는 환자가 54만명(34%)에 이른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장은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가 전체 진료비에서 각각 3분의 1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3대 비급여가 개선되지 않으면 4대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 공약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재원 문제도 안갯속이다. 정부가 건보 확대를 위해 잡은 재정 규모는 5년간(2013~2017년) 8조9,900억원이며,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에 대해선 실태조사만을 마친 상태다. 하지만 '증세 없는 복지'를 강조한 박근혜 정부가 3대 비급여 개선에 소요될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비용효과성도 검증 안된 캡슐내시경 등에 선별급여라는 새로운 급여분류체계까지 도입해 보장성이 강화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며 "3대 비급여에 대한 폐지나 개선 등 기본 입장도 정리되지 않았는데 연말에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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