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동선만 봐도 청와대의 하반기 국정 운영 방향을 뚜렷이 엿볼 수 있다. 지난 13일 경남 통영 적조피해 현장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16일 인천 남동공단을 찾았다. 예고 없이 통영과 인천의 전통 시장도 각각 방문해 서민들과의 스킨십도 넓혔다.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겠다는 의지가 그대로 묻어나는 현장 행보다.
19일 국무회의와 20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이 같은 기조는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19일 "전세 값이 너무 올라서 차액을 월세로 돌린 가정은 그야말로 가장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것"이라며 당정에 신속한 대책을 주문한 데 이어, 20일에도 "월세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서민ㆍ중산층의 전ㆍ월세난 해결을 거듭 당부했다.
이처럼 민생 살리기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취임 6개월(25일)을 앞두고 나오는 국정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박 대통령이 그간 방미ㆍ방중, 개성공단 문제 등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며 선전했지만, 민생 현안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세금 폭탄 논란을 빚은 세법 개정안으로 인해 서민ㆍ중산층의 동요도 심상찮았다. 서민ㆍ중산층의 불안한 심리를 다독이고 국정 안정을 위해서는 민심과 직결된 민생 문제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전ㆍ월세난은 서민ㆍ중산층이 쩔쩔매는 경제적 고충이란 점에서 박 대통령이 민생 행보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고삐 풀린 듯 치솟는 전ㆍ월세 가격을 잡는 데 성과를 낸다면, 집권 초기 국정 운영은 탄탄대로에 오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민생 올인'과는 대조적으로 야권이 장외 투쟁까지 벌이며 제기하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 정치 현안에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8ㆍ15 경축사에서도 격렬하게 대치중인 야권에 보내는 메시지는 전혀 없었다.
박 대통령은 오히려 19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권리를 위임 받은 정치인은 무엇보다 국민의 삶을 챙기는 일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며 장외 투쟁을 벌이는 야권을 겨냥하기도 했다. '정쟁'과 거리를 두는 '민생 대통령'의 모습을 부각시킨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민생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라도 야권을 설득하는 정치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전ㆍ월세난 문제만 해도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여야간의 시각 차가 커 국회 입법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야권을 설득하지 못하면 박 대통령의 민생 살리기 구상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정쟁 대 민생'이란 구도로 야권과의 대화를 거부하면 결국 국정운영이 차질을 빚게 된다"며 "민생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야권과의 타협과 협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