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목동 넥센-LG전. 5-2로 앞선 LG가 8회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넥센 7번 유한준에게 적시타를 맞아 3-5로 쫓기고도 계속된 1사 만루. 염경엽 넥센 감독이 9번 허도환 타석 때 대타 장기영을 내자 김기태 LG 감독은 마지막 카드인 봉중근을 호출했다. 그러자 염 감독은 다시 송지만을 대타로 내보내 '절친'사령탑의 치열한 수 싸움은 팽팽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곧바로 송지만이 노려 친 초구는 1루 선상으로 흐를 듯한 강습 땅볼 타구. 하지만 LG 1루수 김용의가 역동작으로 내민 미트에 거짓말처럼 빨려 들어갔고, 김용의는 침착하게 1루를 밟은 뒤 2루로 던져 리버스 더블 플레이를 완성했다.
LG가 김용의의 호수비를 앞세워 마침내 16년 만에 후반기 중간 순위표 맨 위에 올랐다. 5-3으로 승리한 LG는 SK에 패한 삼성과 4일 간의 승차 없는 1위 경쟁에 마침표를 찍고 순위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LG는 59승39패가 됐고, 삼성은 56승2무38패다. LG가 후반기 중간순위 1위에 오른 건 양대리그로 치러진 2000년(매직리그 1위)을 제외하고 무려 16년 만이다. 단일리그에서 마지막으로 1위에 자리한 건 1997년7월16일로 날짜로는 5,879일 만이다. LG는 그 해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뒤 한국시리즈에선 준우승을 차지했다. 8월 이후를 기준으로 하면 1995년 이후 18년 만이다. 1997년엔 8월 이후에 1위 자리에서 내려 정규시즌 2위로 마무리했고, 1995년엔 9월19일까지 1위를 달리다가 2위로 마쳤다.
잔여 30경기를 남겨 두고 있지만 LG와 팬들에겐 역사적인 날이다. 2002년을 마지막으로 가을 무대에서 멀어진 이후 10년 간 들러리로 전락했다. 매 시즌 초반에는 선전하며 반짝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었지만 어김없이 후반기에 무너지며 '서울의 봄'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1997년으로 되돌아간 후반기 1위 탈환은 LG에게 더 뜻 깊다. LG의 전성기를 이끈 이상훈(고양 원더스 투수코치)은 "2002년은 그냥 '감동'이었고, 전력적으로 LG가 가장 강했던 건 1997년이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올 시즌 LG는 시즌 초반 위기를 딛고 절묘한 신구 조화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기적의 레이스를 펼쳤다. 5월 말부터 10연속 '위닝시리즈(3연전 2승 이상)'에 성공했고, 6월에만 15승(6패)을 쓸어 담으며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특히 이날까지 46일째 연패를 당하지 않을 만큼 점점 더 철옹성 같은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매직'의 주인공 김기태 감독은 "아직 끝난 건 아니지만 1위에 올라 영광스럽다"면서 "선수들이 잘 해 줬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고 앞으로도 자만하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 잘 풀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잠실에서는 NC가 조영훈과 이호준의 홈런포를 앞세워 두산을 8-6으로 제압했고, 롯데는 대전에서 한화를 4-0으로 꺾고 4위 넥센과 승차를 1.5경기로 줄였다. SK도 대구에서 삼성을 8-4로 잡고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이어 갔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