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독도 사태 이후 1년간 얼어붙었던 한일관계에 변화가 있을 조짐이다. 일본의 전ㆍ현직 관료들이 이번 주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전방위 공세에 나서고 있어 경색된 양국관계에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19일 도쿄에서 이병기 주일대사와 만찬을 갖고 내달 초 러시아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외교 소식통은 20일 "기시다 외상이 '가을이 되면 양국 정상이 한번 만나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이 대사에게 회담을 요청했다"며 "박근혜정부 들어 한일 정상이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해 일본측에서 상당히 아쉬워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만찬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외교안보 참모인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사무차관과 일본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아시아ㆍ대양주 국장 등 외무성의 핵심 당국자들도 배석했다. 신임 대사에 대한 상견례치고는 상당히 이례적인 성의 표시로, 이 대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하라 국장은 22일 한국을 찾아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일 6자 수석대표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북핵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겠지만 이와 함께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한일 양국간 물밑 논의가 얼마나 진전을 이룰지 관심이다.
이 같은 일본측의 공세에 대해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혔듯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일정상회담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시다 외상의 제안은 원론적 수준의 언급인 것 같다"며 "G20에서 한일 정상이 회담을 가질지에 대해 양국간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거물 정치인들이 이번 주 대거 한국을 찾는 점도 변수다. 이중 관심의 초점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가 박 대통령을 예방할지다. 후쿠다 전 총리는 국제교류재단이 22일부터 사흘간 비공개로 주최하는 한일포럼 참석차 방한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 2월과 3월에도 박 대통령을 만난 전례가 있다. 특히 박 대통령과 후쿠다 전 총리는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 때부터 대를 이어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외교소식통은 "후쿠다 전 총리가 박 대통령을 예방할지는 일정을 조율 중이라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만남이 성사된다면 후쿠다 전 총리가 한일정상회담을 포함해 아베 총리의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외상을 지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ㆍ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등 민주당 의원들도 포럼 참석차 방한할 예정이다. 이들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나 한일 관계의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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