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참담했다. 진상을 밝혀내지 못한 능력 부재도 문제지만, 더 개탄스러운 점은 국조에 임하는 자세에 진정성도, 의지도 없었다는 것이다. 국조 전체(7월2일~8월23일)를 복기해보면, 정쟁과 파행으로 얼룩진 최악의 모습이었다. 초반 새누리당은 민주당 김현 진선미 특위위원의 제척사유를 제기, 이들이 사퇴한 7월17일까지 아무 것도 진행될 수 없도록 했다. 이어 국정원 기관보고의 공개 여부로 한바탕 싸우느라 1주일을 허비하더니, 휴가를 이유로 며칠을 날렸다. 8월 들어 겨우 본궤도에 오르는가 싶더니 다시 증인채택을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로 1주일을 보냈다.
우여곡절 끝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청문회에 세웠지만, 증인선서를 거부하고 혐의를 부인하는 이들의 오만함만 두드러졌을 뿐이다. 19일 사실상 마지막 청문회에서도 무려 26명의 증인이 출석했지만, 주장과 공방만 난무했다. 급기야 특위위원이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비판한 수사 간부의 출신지역까지 물고늘어지는 추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런 국회를 보면서 어찌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의원들이 국회의 역할과 책무를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입법기능 다음으로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이 중요한데, 새누리당 의원들은 증인 변호와 정권 엄호에만 여념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민주당은 이를 적절히 제어하지도 못하고, 예리한 추궁은커녕 준비마저 소홀한 무능을 보여줬다.
이번에도 국정조사의 대대적인 개선책이 모색돼야 한다는 당위론만 부각시켰다. 국조 기간 확대, 국조 승인요건 완화, 조사권 강화, 예비조사 절차 구체화, 사후처리 확인 강화, 위증과 출석거부에 대한 처벌 강화 등 법 개정 사항부터 감사원의 국회 이관 같은 헌법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안은 이미 제시돼 있다. 그러나 그 모든 방안에 앞서 국회가 무엇을 하는 기관이고 국정조사가 무엇인지, 여야 정당과 의원들이 기본부터 다시 공부해 국민을 위한 국회로 거듭나는 인식의 일대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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