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군 조종사들이 12일부터 오는 23일까지 미 태평양공군사령부가 주관하는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이 훈련을 위해 F-15K 전투기 여섯 대가 미 공군의 공중급유를 받으며 알래스카주 아일슨공군기지에 성공적으로 도착했다고 한다. 이 전투기들은 아일슨공군기지까지 약 7,200여㎞를 논스톱으로 비행했다. 8시간 동안 미 공군 공중급유기(KC-135) 6대가 7차례에 걸쳐 공중급유를 지원했다.
과거에도 우리 전투기가 레드플래그 훈련에 참가한 적은 있지만 모두 전투기 도입 사업과 연계해 현지 출고 전투기를 활용했다. 우리 공군 전투기가 공중급유를 받으며 해외 연합훈련에 참가한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우리 공군은 아직 공중급유기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데 후배 조종사들은 공중급유기를 활용한 작전능력까지 가지고 있다고 하니 믿음직스럽고 마음 든든하다.
훈련이 시작된 12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공중급유기 4대를 차례로 도입한다는 '공중급유기 사업추진 기본 전략안'을 심의 의결했다. 미군의 공중급유 지원을 받아 알래스카에 간 공군 훈련단 요원들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었을 것이다. 공중급유기 도입 사업은 1996년부터 끊임없이 그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 여러 차례 무산됐다. 이제야 공군의 오랜 숙원이 결실을 맺는다고 생각하니 평생을 전투조종사로 살아왔고, 한 때 공군의 전력증강계획에도 몸을 담은 바 있던 필자로서 남다른 감회를 느끼게 된다.
완벽한 영공방위를 통한 국가의 안전보장이 구호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현대전의 핵심 전력인 '공군력의 완전성'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전투기, 공중급유기, 항공통제기(AEW&C)가 패키지로 운용되어야 그 위력이 배가된다. 그 중 '하늘의 주유소'라고 불리는 공중급유기는 F-15K, KF-16 등 전투기의 체공 시간을 늘려 행동반경을 확장해주는 핵심 무기체계다.
공중급유기가 있으면 연료탱크 대신 그만큼 많은 무기 장착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 번의 비행으로 더 많은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 연료 재보급을 위해 기지로 귀환하는 시간을 절약하는 효과도 있다. 한 번 비행으로 두 배 이상의 비행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전투기를 운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이러한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주변 군사강국인 중국, 일본, 러시아는 물론, 안보위협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아르헨티나, 칠레 등 31개국이 공중급유기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남북간 거리가 짧기 때문에 굳이 공중급유기가 필요하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군사분계선에서 서울이 불과 50㎞ 남짓 떨어져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그러나 공군의 작전영역은 지상영토에 비해 몇 배나 넓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유사시 북한의 핵시설이나 미사일시설 등을 무력화하려면 평양 원산 북쪽에 위치한 표적들을 공격할 수 있어야 한다. 공중급유기가 없다면 공군의 원거리 공격 능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한 독도나 이어도 영유권이나 7광구 등 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분쟁, 지구촌 오대양 곳곳으로 뻗어나가는 해상교통로 보호 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처럼 공중급유기는 북한의 위협은 물론, 주변 강대국의 잠재적인 위협까지도 대비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전력이다. 비용에 비해 그 몇 배의 전략적 가치와 국익을 가져다 준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공중급유기 확보 결정이 국회의 예산안 심의까지 무사히 통과되길 염원한다. 몇 년 후 우리 공군이 레드플래그와 같은 다국적 연합훈련에 참가할 때는 태극마크가 선명히 그려진 공중급유기로부터 급유를 받는 우리 전투기의 모습을 온 국민이 박수 치며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성국 전 공군사관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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