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드라마 등 대중문화를 통해 일본 자위대가 국민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바뀌고 있다. 일본의 내부 결속을 다질 수 있다는 반응도 있지만, 전쟁을 미화하고 타국을 비화하는 '프티 내셔널리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일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25일 후지산 자락인 시즈오카현 고텐바시에서 열리는 육상자위대의 실탄사격훈련 '후지종합화력연습'에 견학을 신청한 인원이 11만명을 넘었다. 이는 당초 자위대가 초청하려고 했던 5,800여명보다 19배나 많다. 지난해의 신청자 8만7,000명에 비해서도 크게 증가했다. 육상자위대는 1961년부터 매년 이 행사를 열고 있는데, 작년의 경우 육상자위대원 2,400여명과 전차 80대, 항공기 30대가 참가했다.
육상자위대측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의 배경이 여고생들이 전차를 타고 전투를 벌이는 애니메이션 '소녀와 전차(가루팡, Girls und Panzer)' 덕분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애니메이션 드라마로도 제작돼 TV로 방송되는 이 작품에 최근 육상자위대의 최신식 히토마루식 전차가 등장하면서 자위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는 것이다.
전차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에 힘입어 육상자위대는 5월 전차관련 DVD를 시중에 내놓았고, 이 DVD는 시판 일주일 만에 1만5,000개가 팔려 일본음반판매를 집계하는 오리콘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TV를 통해 방송된 드라마 '하늘을 나는 홍보실'은 항공자위대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남녀 주인공의 애정이야기를 버무린 가벼운 트렌디 드라마로 제작, 12%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 공군자위대가 주최하는 모의전투체험비행 참가자가 급증했고, 항공자위대 홍보관련 시설 방문객도 지난해에 비해 2배로 늘었다.
육상자위대는 최근 홈페이지에 센카쿠 열도 등을 탈환하기 위한 전투 방법을 다룬 동영상까지 공개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국방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의도라 하지만 나라를 위해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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