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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발 금융위기, 아시아 신흥국들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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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발 금융위기, 아시아 신흥국들 위협

입력
2013.08.2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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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금융시장의 화약고로 떠올랐다. 통화가치 급락, 경상수지 적자, 대외부채 급등이 맞물린 인도의 금융위기는 차츰 아시아 신흥국 전체로 번질 태세다. 일각에선 외환위기를 촉발했던 1990년대 말 상황이 재현되리란 우려마저 나온다. 우리라고 안심할 순 없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양적 완화 축소 전망에 인도 등 신흥국 20개국의 통화가치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보도했다. 인도 루피화는 20일 장중 달러당 64.05루피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연일 깨고 있다. 루피화의 가치는 올해만 16%, 2년간 44%가량 떨어졌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만500루피아 이하로 떨어졌다. 태국 상황도 심상치 않다. 게다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의 통화 가치도 일제히 하락세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의 통화가치 하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양적완화 축소를 예고하면서 신흥국에 투자했던 외국 자본들이 빠르게 이탈한 탓이다. 이 때문에 인도 국채 금리는 18일 9%를 기록,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인도는 실물지표마저 허약하다. 올 1분기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은 4.8%로 사상 최대였다. 인도의 외환보유액은 2,780억달러 규모지만 1분기 말 외채가 3,900억달러에 달한다. 설상가상 인도 정부는 해외 기업들에 대해 과세를 강화한데다 정치마저 불안하다. 가디언은 "인도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기 직전 단계"라고 경고했다.

인도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자 우리나라 등 아시아 금융시장도 연일 출렁이고 있다. 20일 코스피지수는 29.79포인트(1.55%) 떨어진 1887.85를 기록하며 1,900선을 내줬다. 이날 일본(-2.63%) 중국(-0.62%) 홍콩(-2.88%) 싱가포르(-1.44%)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대부분 떨어졌다.

아시아 신흥국에 이어 주요국들에서도 해외자본이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가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 1997년 외환위기도 당시 태국 등 동남아국가의 연쇄부도 우려로 촉발됐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시아 신흥국가들은 1990년대 말에 비해 부채 규모가 줄어든 반면 외환 보유고도 늘어났다"며 "예전 같은 대형 위기는 닥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전문가들도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이 충격을 막아주리라고 보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22개월(1996년 1월~97년 10월) 연속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릴 정도로 글로벌 자금에 취약했으나, 지금은 외환보유액도 넉넉하고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외환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는 결국 경제회복이 이뤄졌다는 방증일 수도 있는 만큼 우리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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