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총리실 차원에서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나가사키(長崎) 조선소 등 일제시대 한국인 징용자 강제 노역 현장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산하 내각관방은 이들 시설이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뒤에도 생산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별도의 법률을 적용하기로 했다.
19일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내각관방은 4월 규슈, 야마구치 및 관련 지역의 조선소와 부두 등 일본 근대화 산업유산을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추천했다. 지역주민과 단체가 추진하던 등재 추진에 총리 산하 기구가 직접 나선 것이다. 일본은 다음달 세계유산전문가회의를 열고 내각관방이 추천한 산업유산과 문화청이 추천한 나가사키 교회군 및 기독교유산 가운데 한 곳을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추천 대상으로 최종 확정한다.
일본은 나가사키 조선소 등이 에도 시대 말기부터 메이지 시대에 걸친 짧은 기간에 산업화를 이루는데 기여한 시설로, 세계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시설의 상당수가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공장으로 활용됐고 한국인이 강제로 노역했다는 사실은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다. 나가사키조선소에는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 4,700여명이 강제 노역했으며 이 가운데 1,600여명이 원자폭탄 투하로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시설의 상당수는 지금도 가동 중이어서 문화유산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이와 관련, 산케이신문은 "가동 중인 산업시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문화재보호법을 적용받아 산업 활동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내각관방은 이들 시설이 가동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항만법이나 경관법 등 별도의 법률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전문가는 "다음달 전문가회의에서 두 후보 중 한 곳이 최종 선정되는데 아베 총리의 입김이 갈수록 강해져 산업유산이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국에서 일제 강제 징용자 배상 판결이 내려지는 가운데 나가사키 조선소 등이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한일 관계에도 나쁜 영향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 다음달 최종 후보가 결정되면 내년 2월까지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요청할 계획이며 유네스코는 이에 맞춰 자문기관인 이코모스 주도로 현지를 조사해 2015년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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