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10마리 폐사하던 닭이 사고 다음날 하루동안 218마리나 죽어 나갔습니다."
19일 오후 가스폭발사고 현장인 경북 영주시 OCI머티리얼즈에서 직선으로 3㎞ 떨어진 육계사육장 무창계사. 하루 전인 18일 오전 폭발 가스인 트리클로로실란(TCS)에 노출된 닭 가운데 218마리가 비실비실하더니 하루 만에 폐사했다. 육계사육장을 경영하는 송모(56)씨는 "폭발 사고 후 바람을 타고 들어온 하얀 연기가 30∼40분 동안 사육장에 자욱하게 가득 찼고, 직원 2명이 눈이 따가워 뛰어 나올 정도"라며 "폐사원인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OCI머티리얼즈 폭발사고의 후유증이 확산될 조짐이다. 폭발현장 인근의 닭이 폐사, '폭발을 일으킨 트리클로로실란(TCS)은 연소하면 독성이 사라져 인체 등에 무해하다'는 OCI와 관계당국의 입장과 정면 배치, 인체 및 농작물 등에 대한 정확한 역학조사가 시급하다.
지난해 4월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후 18일까지 3번의 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한 이 회사 인근 주민들도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공장과 불과 200m 떨어진 필두마을 강모(65)씨는 "갑자기 '쾅'하는 소리에 방안의 액자가 바닥에 떨어져 깜짝 놀랐다"며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스꺼워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고 말했다.
필두마을 주민들은 "사고 후 40여분 동안 마을전체가 방역소독차가 지나간 것처럼 하얀 연기가 자욱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피방송은 폭발사고 30분이 지나서 발표됐으며, 차량이 있는 일부 주민들은 아예 마을을 벗어나 대피했다는 것이다.
OCI 폭발현장에서 발생한 연기는 수백m 기둥을 형성해 치솟았고 풍향에 따라 북쪽과 동쪽으로 옮겨 다녔으며 직선거리로 3㎞ 떨어진 창진동과 고현동까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민들은 또 다른 문제를 걱정하고 있었다. 영주시민의 식수원인 취수장이 OCI와 불과 500여m 떨어진 서천에 있다는 것이다. 영주시는 2009년 OCI머티리얼즈 공장부지 일대를 농공단지에서 일반산업단지로 전환하면서 100억원을 들여 취수장을 공장 상류로 옮겼다.
이에 따라 공장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폐수 유입은 막을 수 있지만 연기와 분진에 의한 독성물질 유입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OCI머티리얼즈 영주공장은 반도체 LCD 태양광전지의 핵심소재인 삼불화질소(NF3)와 모노실란, 육불화텅스텐, 다이실란 등을 생산하는 특수가스 전문제조업체다. 모노실란과 삼불화질소 생산력은 세계최대 규모다.
주민들은 "만약 삼불화질소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불산이 새어 나왔다면 끔직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완벽한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장이 있는 영주시 가흥2동 주민들은 18일 오후 OCI 관계자를 불러 항의한데 이어 19일 저녁 통장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김성구(50) 가흥2동 통우회장은 "공장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둔 마을조차 안전대책이 전혀 없다"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소한 공장과 동시에 비상상황을 알리는 장치를 설치하고 방독면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OCI머리티얼즈 측은 관계기관과 철저히 사고원인과 피해 등을 조사,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글ㆍ사진=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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