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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명화 사기극 한국인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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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명화 사기극 한국인도 당했다

입력
2013.08.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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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재벌과 권력층이 비자금 조성 및 상속 수단 등으로 미술품을 이용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모더니즘 거장들의 작품을 위조해 15년 동안 8,000만달러어치나 판매한 명작 위조 스캔들이 18일(현지시간) 전모를 드러냈다. 피해자에는 한국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신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09년 처음 불거진 이 스캔들은 멕시코 국적의 미술 상인 글라피라 로살레스가 5월 사기극의 주범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으면서 전모가 세상에 알려졌다. 로살레스는 중국계 무명 화가에게 현대 거장들의 미공개 작품인 것처럼 그려달라고 주문해 위작을 만든 뒤 뉴욕 최고 전통의 화랑인 노들러 등을 통해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위조 대상이 된 화가들은 추상 표현주의 대가인 잭슨 폴록, 윌렘 데 쿠닝, 프란츠 클라인, 마크 로스코, 로버트 마더웰, 바넷 뉴먼, 리처드 디벤콘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작가들이다.

미국 법무부가 로살레스의 기소장에 위작을 구입한 고객의 이름을 따로 밝히지 않아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10명 가량에 그친다. 그러나 현지 소식통은 "고액에 위작을 매입한 피해자 중 아시아 고객이 상당수"라며 "한국인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하지만 한국 고객들 대부분이 위작 매입과 관련해 침묵하고 있어 정확한 피해자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사기 당한 사실이 공개되길 원치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그림 매입 과정이 불투명했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는 재벌과 권력층이 미술품을 탈세와 재산증식, 상속 등의 수단으로 애용하고 그 과정에 일부 갤러리까지 가세한 사실이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밝혀졌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작품은 모두 63점이며 판매 가격은 8,000만달러를 넘는다. 로살레스는 모작이 아니라 화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라고 속여 신뢰도 높은 화랑에서 그림을 유통시켰다. 특히 폴록이 그린 '무제 1950년'의 위작을 2007년 헤지펀드 업자에게 1,700만달러에 매각하는 등 현재 폐업한 노들러 화랑을 통해서만 지금까지 40점을 6,300만달러에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수집가들이 진품 여부를 확인하거나 경매회사에 되파는 과정에서 소장품이 가짜로 밝혀지면서 사기극이 들통났다.

위작을 감정가와 고객까지 속일 만큼 완벽하게 그린 이는 중국계 이민자인 페이 센 키안(73)으로 알려졌다. 작가 특유의 스타일까지 그대로 모방하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키안은 1990년대 맨해튼에서 '길거리 화가'를 전전하다 로살레스 측의 눈에 띄어 그림 한 점 당 5,400~7,000달러를 받고 위작을 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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