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족을 이유로 내년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방침을 정한 경기도가 수원 광교 신청사 예정지 옆에 1,400억원을 들여 대규모 문화공연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수원시에는 지난 1991년 개관한 공연장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있지만 지은 지 20년이 넘어 낡았다는 이유로 새 공연장 건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9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는 내년도 세입이 올해 목표액보다 3,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돼 세출 가운데 5,319억원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교육청 비법정 경비 지원 예산 860억을 삭감하기로 했다. 학생급식지원 460억원, 친환경농산물학교급식지원 400억원 등 무상급식 관련 예산이다.
이에 민주당이 다수당인 도의회는 "안일한 대응으로 재정난을 자초한 김 지사가 자신의 시책사업 대신 시대의 요구인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무상급식 예산 삭감 논란 속에서도 도가 광교신도시 특별계획구역(11만8,218㎡) 내 신청사예정지(5만9,000㎡) 옆 3만360㎡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신 문화의 전당' 건립을 검토하고 있어 타당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신 문화의 전당은 건축연면적 18만2,160㎡로 기존 수원시 인계동 경기도문화의전당의 1.8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의 1.5배 규모다. 1,500석 규모의 메인홀과 100∼300석의 어린이극장, 청소년미디어센터, 갤러리 등이 들어선다. 부지매입비 720억원, 건축비 700억원 등 1,420억원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추산됐다. 기존 문화의전당을 리모델링할 경우 4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1년의 공사기간 동안 공연이 열리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신축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 문화의 전당이 완공되면 기존 문화의전당은 도의 대표도서관이나 어린이 전용도서관으로 용도 변경해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리모델링 비용은 3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신 문화의전당 건립과 기존 문화의 전당 리모델링 비용을 합치면 1,700억원이 넘는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회 민주당 관계자는 "신청사 이전 지연 등에 따른 광교 주민들의 비난 여론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겠냐"며 "기존 문화의전당 리모델링에 400억원이 들어가고 도서관으로 바꾸면 300억원이 든다는데 예산이 없어 아이들 밥 값까지 깎는 경기도가 문화의전당을 광교로 옮긴다는 발상에 대해 납득이 안 간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문화의전당 측에서 신청사 예정지 옆에 신 문화의 전당을 건립하자는 의견을 내 실무부서에서 검토 중인 단계"라며 "도내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 건축비 등을 조달하면 재정부담 없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건립 여부는 아직 결정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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