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불법 정보 수집을 특종 보도한 영국 기자의 동성연인을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9시간 구금했다가 풀어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는 올해 초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으로부터 NSA의 무차별 정보수집 행위와 관련한 자료를 넘겨받아 처음으로 보도, 전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그린월드는 "오늘 아침 공항 보안 관계자로부터 나의 파트너인 데이비드 미란다(28)가 반테러법 2000에 따라 구금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테러 혐의가 전혀 없는 미란다의 구금은 불법"이라고 18일(현지시간) 가디언 웹사이트에 올렸다. 런던 경찰청은 이날 오전 8시 환승하던 미란다에 반테러법을 적용, 9시간 구금한 사실을 인정했다.
브라질 국적의 미란다는 독일 베를린에서 스노든 관련 영화를 제작 중인 여성 감독 로라 포이트라스를 만난 뒤 히스로 공항에서 환승해 리우데자네이루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보안당국은 심문 과정에서 미란다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카메라, USB메모리카드 등을 압수했다. 그린월드는 "그들은 미란다에게 테러에 대해 질문하지 않은 대신 스노든 관련 영화 내용 및 NSA 관련 추가 보도 계획 등을 물었다"며 "이는 NSA 사건을 보도한 언론에 대한 공격과 협박"이라고 지적했다.
반테러법 2000에 따르면 경찰은 공항 등에서 테러범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별다른 증거 없이도 검문하고 최장 9시간 구금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법을 근거로 구금된 사람의 97%는 1시간 이내에 풀려났다.
가디언은 "영국 정부에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브라질 정부는 자국민을 테러범으로 몰아 구금한 것에 유감을 표명했으며 국제앰네스티는 "미란다의 구금은 법이 얼마나 사소한 보복 전략에 남용되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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