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꿈이 운동치료사였는데 이제 그 꿈이 사라졌다고 너무 힘들어하네요. 자퇴 후 재수를 하고 있지만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있어요"
박모(19ㆍ여)씨의 아버지는 지난 4월 선배들의 가혹행위로 딸의 앞니 2개가 부러진 것을 봤을 때보다 '꿈이 사라졌다'는 말 한마디에 더 가슴이 아팠다. 신입생 군기잡기가 박씨에게서 앗아간 것은 단지 앞니 2개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기대와 꿈이었다.
박씨는 누구보다 운동을 좋아해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일찌감치 운동치료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부산의 한 대학교 체육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아버지는 그런 딸이 무척이나 대견했지만 입학 후 불과 한 달여 만에 딸은 앞니가 부러진 채 돌아왔다. 짧은 대학생활 동안 체육학과는 진저리 나는 대상으로 바뀌었다. 박씨의 집에서 지난 4월 벌어진 일은 절대 입밖에 내서는 안 되는 금기 대상이다. 가족들 누구도 당시 얘기를 묻거나 기억해내지 않는다. 박씨는 한때 친했던 체육학과 친구들과 연락을 끊었다. 언론의 접촉도 거부했다.
박씨의 아버지는 "딸을 지켜보는 부모 마음은 찢어지죠. 그래도 자기 꿈을 접는 본인 심정만 하겠어요?"라고 안타까워했다.
박씨는 지난달부터 치아 임플란트 시술을 위해 병원을 다니는 등 조심스럽게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자퇴 후 다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준비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수능 시험이 3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박씨는 아직 장래 희망도, 가고 싶은 학과도 정하지 못했다. 가족들도 차마 묻지 못한다. 박씨의 아버지는 "딸이 다시는 체육학과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해요. 하지만 다른 진로를 정하지도 못하고 있어요. 딸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고 기다릴 뿐이죠"라고 말했다.
딸 일을 겪고 나서야 대학 내 폭력적인 군대문화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는 박씨의 아버지는 "밝고 즐겁게 보내야 할 딸의 대학 신입생 시절이 군대보다 더한 가혹행위로 인해 처참히 짓밟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구시대적 군대문화가 아직도 지성의 상징이라는 대학교 내에 남아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딸과 같은 피해자가 또다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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