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개교 100년만에 처음으로 외국인 유학생 수석 졸업자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경영학부의 덩원칭(鄧文淸·25)씨다. 평균 4.23점(4.5점 만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올해 후기 졸업생 136명 가운데 수석을 차지한 그는 오는 22일 졸업식에서 이사장상을 받는다.
19일 전화를 걸자 덩씨는 "중국에 있는 부모님과 영상통화 중"이라고 했다. 덩씨는 2008년 봄 한국을 처음 찾았다. 2007년 중국 산둥성(山東省) 웨이하이(威海)시를 휩쓴 태풍이 덩씨네 집 농사를 모조리 망치면서 돈이 필요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한국으로 온 그는 당장 한국어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말 안 통하는 낯선 땅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손에 꼽았다. 낮에는 경기 광주시에 있는 동원대 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틈틈이 근처 고깃집에서 설거지를 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다. 그런데 막상 언어 공부를 하다 보니 대학에 가서 진짜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망설이는 딸에게 부모님이 "정말 하고 싶으면 해라. 돈 벌어서 보내주겠다"고 격려했다.
덩씨는 이듬해 가을 성공회대에 외국인 전형으로 입학해 꿈에 그리던 대학생이 됐다. 그가 평소 좋아하는 '하느님이 네게 문을 닫으면 창문을 열어놓은 것이니 그 창문을 찾으라'는 말처럼 그는 또 다른 창문을 찾은 것이다.
간절했던 만큼 덩씨는 공부에 매달렸다. 언어 문제 때문에 남들 보다 2배 3배 더 노력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2주 전에 도서관에서 밤새면서 안 하고 두 달 전에 시험을 준비했어요. 필기하고 정리하고 복습하고 배우는 게 너무 좋았어요." 덩씨의 소회다. 자연스레 매 학기 우수한 성적과 장학금은 그의 차지가 됐다.
덩씨는 중앙대 경영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다. 대학원을 마치고 취업해 현장경험을 쌓은 뒤 고향으로 돌아가 교수가 되는 게 꿈이다. 덩씨는 "경영학도로서 한국 친구들이 중국 제품 보고 '저거 가짜지' 라고 말할 때마다 너무 속상하다"며 "고향으로 돌아가면 중국의 생산관리, 품질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전문가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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