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영공방위를 책임질 차기전투기(F-X)를 전력화하는 사업이 꼬이고 있다. 당초 유력시되던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A가 가격을 맞추지 못해 탈락한 데 이어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의 유로파이터마저 입찰서류 하자로 고배를 마셨다. 결국 F-X 3개 후보기종 가운데 가장 경쟁에서 뒤쳐져있던 미 보잉의 F-15SE가 유일하게 남게 됐다.
1960년대에 개발된 F-15를 기본 모델로 하고 있는 F-15SE는 설계도면 상에만 존재하는 전투기로 시제기조차 없는 상태다. 때문에 연습기로 비행테스트를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최근에는 노후 기종인 F-15와는 다른 전투기란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꼬리날개부분의 설계 변경을 약속했으나 가격 문제로 파기했다. 물론 F-15SE가 단독 후보가 됐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방위사업청은 3개의 후보기종 모두에 대해 기종 선정 평가를 실시하는 데 만일 F-15SE가 다른 두 기종보다 점수가 낮게 나올 경우 백지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선정 과정에 F-35A를 밀기 위한 의도가 추호라도 개입돼있다면 심각한 문제다. F-35A는 미국 정부 차원에서 개발을 주도하고, 이번 사업에서도 정부 간 거래(FMX)방식으로 추진해 온 터라 처음부터 우리 정부가 거절할 수 없을 거라는 말이 나돌았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는 정치 논쟁으로 비화해 기종 선정을 박근혜 정부로 미루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차기전투기 사업의 전략목표가 F-35A에 유리한 스텔스 기능에 있는 것처럼 확대하는 일부의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이 스텔스기가 아니면 뚫을 수 없는 최신형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 개발로 스텔스 기능 자체가 쓸모 없어질지 모른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 재정 형편상 차기전투기 예산을 추가로 편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정해진 예산과 전투기의 성능 등을 감안해 사업의 원점 재검토까지 고려해야 한다. 다른 기종을 후보로 추가하고 도입시기를 조정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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