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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된 집]돈 없어서… 돈 있어도… "집값 너무 비싸 살 엄두가 안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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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된 집]돈 없어서… 돈 있어도… "집값 너무 비싸 살 엄두가 안 나요"

입력
2013.08.1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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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의 박모(34)씨는 올해 2월 전셋값 1,500만원을 더 내고 전세 계약을 연장했다. 박씨는 연봉이 7,000만원이 넘지만 "당분간 집 살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씨는 "집값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출을 얻어 집을 구입해도 이자비용만큼 집값이 오른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모은 돈이 있을 리 없는 20대에게 '내 집 마련'은 머나먼 꿈이다. 올해 회계법인에 입사한 유모(27)씨는 "산동네 대신 엘리베이터 달린 아파트서 살고 싶다"는 어머니 생각만하면 한숨만 나온다. '억'소리 나는 서울 집값 탓이다. 유씨는 연봉 3,500만원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한다. 결혼도 생각 중이다. "서울을 떠나긴 싫지만 도대체 언제 서울에 집을 살 수 있을지 계획조차 세울 수 없습니다."

돈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너무 비싼 집값'이 문제다. 거래절벽이라 표현할 만큼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실종됐지만, 국민은 여전히 내 집 마련을 꿈꾼다. 너무 비싼 집값에 집 살 엄두를 못 낼 뿐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집을 살 마음이 있다. 응답자의 71%가 집을 사고 싶다고 응답한 한국일보 조사와 비슷한 결과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과 달리 직장을 옮겨도 가장만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부동산시장 침체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내 집을 마련해 한 곳에서 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세입자 손모(27)씨는 '전세살이 설움'에 지쳐 집이 사고 싶다. 손씨는 "6년 전 전셋집에 살기 시작한 이후 2년마다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간신히 계약을 연장해도 1년이 못 가 '이번엔 쫓겨나진 않을까? 전셋값은 얼마나 오를까?'하는 걱정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마음대로 집을 개∙보수할 수 없는 것도 불편하다. 손씨처럼 남의 집에 사는 사람은 2010년 기준 전체 가구의 거의 절반(43%)에 달하고, 전세 가구 65%의 주거기간은 만 3년이 채 못 됐다.

문제는 집값이 소득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지난달 전국 평균 주택 매매가는 대졸자의 첫 직장 평균 연봉의 11배에 달한다. 실제로 주택금융공사 조사에서 집을 살 마음이 없는 무주택자의 44%가 집을 사지 않는 이유로 '자금 부족'을 꼽았다. 3년 내 집을 구입할 생각이 있는 사람 역시 10명 중 2.7명에 그쳤다.

결국 서울에서 중산층이 부모 도움이나 대출 없이 근로소득만으로 집을 구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억8,627만원. 가장 소득이 낮은 1분위 근로자 가구는 모든 수입을 저축해도 28년이 지나야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고, 중간 소득 계층인 5분위 근로자 가구도 10년 뒤에나 집을 살 수 있다. 전국적으로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통계청이 조사한 국민들의 생애 첫 주택 마련 기간은 평균 8년이었다.

결국 집을 구입하려면 금융기관에 손을 벌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대출을 선택하기 쉽지 않다. 돈을 빌려 집을 샀다가 집값이 폭락하면 자산의 대부분을 잃을 수 있는 탓이다. 한국일보 조사에서 응답자의 90%가 "우리나라 집값이 비싸다"고 응답했고, 10명 중 8명은 우리나라 상황이 일본 부동산 버블과 비슷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지역학과 교수는 "집값 하락을 예상하면서 돈을 빌려 집을 살 사람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은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서울 매매가격 상위 10%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2억2,000만원 떨어진 반면, 전세가격은 1억7,000만원 올랐다. 업계에선 집값 폭락 우려에 구매력 있는 사람조차 집을 사는 대신 전세 계약을 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구매력을 넘어서는 높은 집값이 주택구매 의욕을 떨어뜨리고 거래부진을 초래한다. 이어 이런 거래부진이 향후 주택시장에 대한 비관론을 확산시키면서 구매력 있는 사람마저 주택구입보다 전셋집을 선호하게 되고 전셋값 상승과 주택가격 침체를 불러 일으키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제까지 주택 가격 형성은 실제 가계의 능력과 무관한 투자심리로 상승해 왔다"면서 "최근 집값 하락으로 주택시장은 장기 하향 안정기로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나라 집값이 국제수준과 비교해 비싸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산출한 2010년 전국 소득대비 주택가격(PIR)의 비율은 4.4로 미국(3.5), 캐나다(3.4)보다는 높지만 호주(6.1) 영국(5.2) 보다는 낮다. 이 교수는 "KB국민은행에서 발표하는 PIR은 시세 기준인데,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소득대비 주택가격이 외국보다 크게 비싸지 않기 때문에 집값이 추가하락 하지는 各?것"이라고 밝혔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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