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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에이스 넘보는 무심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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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에이스 넘보는 무심의 달인

입력
2013.08.1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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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은(29ㆍ두산)은 올 시즌 가장 위력적인 '토종' 오른손 선발 투수다. 배영수(10승), 윤성환(9승ㆍ이상 삼성), 김진우(9승ㆍKIA) 보다 승수는 적지만 이닝수, 삼진수, 퀄리티 스타트에서 모두 앞선다. 19일 현재 22경기에서 7승7패와 3.58의 평균자책점. 토종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135.2이닝)을 던졌고 가장 많은 삼진(118개)을 잡았다. 또 6이닝 이상을 3자책 이하(퀄리티 스타트)로 막은 횟수도 15번으로 가장 많다.

2년 연속 최다 안타 1위를 노리고 있는 롯데 손아섭은 "국내 투수 중 구위만 놓고 보면 (노)경은이 형, (김)진우 형이 최고다. 지난해 가장 많이 삼진을 먹은 투수가 노경은"이라고 했다.

불운의 아이콘? "내 탓이오"

노경은은 올 시즌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첫 선발인 4월2일 잠실 SK전에서 6이닝 3안타 3실점(2자책)으로 첫 승에 성공했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직구, 포크볼과 슬라이더 등 타자를 윽박지르는 구위가 일품이었다. KIA 윤석민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여파로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사이, 2013시즌 토종 오른손 에이스 자리는 노경은이 맡는 듯 했다.

하지만 두 번째 등판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4월9일 광주 KIA전, 4-2로 앞선 7회 2사 만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2명의 구원 투수가 동점을 허용했다. 다음 등판인 4월14일 잠실 롯데전 역시 4-3으로 앞선 7회 마운드를 넘겼지만 이번엔 8회 동점이 됐다. 시즌 2승을 거두기까지는 무려 두 달이 걸렸다. 6월4일 잠실 LG전이 끝나서야 승리투수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노경은은 19일 "스스로 만족할 만큼 잘 던지고도 승리를 놓쳤다면 아쉬운 마음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깔끔한 경기 내용은 아니었다"며 "나도 불펜으로 등판했을 때 선발의 승리를 날린 경험이 있다. 가장 가슴 아픈 건 내가 아닌 불펜 투수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제나 '내 탓이오, 내 탓이오'한다"고 했다. 노경은은 "한 번은 후배가 죄송하다고 하길래 '실점을 막으려고 올라갔는데 무엇이 미안하냐'고 했다. 선발 투수가 선발승을 따내려면 늘 야수의 도움, 정면 타구 등 운이 따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살아난 노심, 에이스의 무심

노경은은 '무심(노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흔치 않은 투수다. 투심 패스트볼의 그립처럼 보이고 전력 분석원도 투심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검지와 중지를 붙여 실밥을 잡지 않은 채 공을 뿌린다. "프로에 와서 투심을 던지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던지면 포심 패스트볼과 다를 게 없었다. 결국 이것 저것 다 해보다가 가죽만 잡고 던지기 시작했다."

노경은의 '무심'은 스피드가 포심과 엇비슷하다. 가끔은 전광판에 더 빠르게 찍힐 때도 있다. 지난 18일 잠실 SK전(7이닝 1안타 1실점)에서의 포심 최고 시속은 149㎞, 무심(전력 분석원은 투심으로 표기)은 시속 148㎞까지 나왔다.

"처음 실밥을 잡지 않았을 땐 공이 손에서 빠질까 불안했다. 하지만 감을 잡으니 불안감이 없어졌고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말려들어가는 것도 확연히 보였다. 자신 있게 무심을 던진 건 지난해부터인 것 같다."

노경은은 WBC 합숙 당시에도 다른 구단 투수들에게 무심을 던져보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어차피 다 잘 되자고 (야구)하는 건데, 그 사람 손에 맞으면 나도 기분이 좋을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가죽만 잡고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진 국가대표 투수는 아무도 없었다. "투수한테 참 좋은데…." 허탈한 웃음이 이어졌다.

불펜 투수의 대성공? "난 원래 선발이었다."

노경은의 '연관 검색어'는 불펜과 투구 폼이다. 2003년 프로에 입단한 뒤 작년 5월까지 줄곧 불펜으로 뛰었다. 공을 던질 때는 백스윙이 거의 없어 독특한 투구 폼으로도 유명하다. 어느덧 팀 내 고참이 된 올 시즌, 노경은이 두 가지 의문점에 대해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먼저 '지난해 갑자기 선발을 했는데, 어떻게 잘 던지는지'와 관련해 "내 DNA 자체가 선발"이라고 했다. "나는 중간에서 많이 던져본 적이 없다. 2군에서도 선발로 많이 던졌다"며 "내 몸은 이미 선발로 맞춰져 있었다. 오히려 중간에서 연투하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화곡초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는 노경은은 "그 때부터 선발 투수였다. 중학교(성남중) 3학년 때 팔꿈치 수술을 했지만, 쭉 선발만 했다. 언제나 중간 보다 선발이 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투구 폼에 대해서는 "원래는 테이크백 할 때 팔을 밑으로 내려 원을 그렸다. 그러다 2011년 전지훈련에서 지금의 폼을 만들었다"며 "수건을 잡고 섀도우 피칭을 하는데 감이 왔다. 실전에서도 똑같이 던졌는데 릴리스 포인트가 앞으로 나오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남은 시즌, 노경은의 목표는 꾸준함이다. 5~6경기 등판에서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팀 분위기, 타선이 워낙 좋으니 내 역할만 하면 될 것 같다"며 "흔히들 돈을 바라보고 가면 돈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승리도 비슷한 것 같다. 큰 욕심 내지 않고 퀄리티 스타트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무심 패스트볼(no seam fastball)

야구계에선 투수가 손가락으로 공의 실밥(seam)를 잡지 않고 던지는 공을 흔히 '무심패스트볼'이라고 한다. 무심은 포심 패스트볼보단 다소 느리지만 투심 패스트볼보단 빠르고, 싱커보단 떨어지는 각이 덜하나 좌·우로 휘는 각은 더 큰 구종으로 알려져 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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