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는 여전히 한창이지만, 한여름을 뜨겁게 달군 록페스티벌은 끝이 났다. 7월 26일 국내 록 밴드 18그램의 안산밸리록페스티벌 공연을 시작으로 지산월드락페스티벌, 펜타포트락페스티벌, 슈퍼소닉을 거쳐 18일 시티브레이크의 피날레를 장식한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까지 200개가 넘는 팀이 크고 작은 무대에 올랐다.
5개 페스티벌 주최사 측이 밝힌 관객 숫자를 합치면 35만 6,000명. 2006년 처음 열린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이 2만명을 모았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1개뿐이었던 행사가 세포 분열 하듯 5개로 늘어나면서 출혈 경쟁도 심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영국 록 밴드 라디오헤드의 첫 내한공연 등으로 국내 록페스티벌은 정점을 찍었으나 올해는 '승자 없는 진흙탕 싸움'이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라인업의 '총합'은 역대 최고라는 평이다. 헤비메탈의 전설 메탈리카와 인기 록ㆍ팝 그룹 뮤즈, 플라시보, 스웨이드, 나인인치네일스, 펀, 자미로콰이, 림프 비즈킷, 폴 아웃 보이, 큐어, 펫 숍 보이스 등이 총출동했다. 특히 메탈리카와 뮤즈, 나인인치네일스, 조용필의 공연은 수준 높은 연출과 연주력으로 호평 받았다.
문제는 이들이 5개의 공연에 나뉘어 집중도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대중음악 평론가 김작가는 "전체적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치고 있다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며 "라인업이 한두 곳에 집중됐더라면 분위기가 더 좋았을 듯한 공연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연인원 3만명에 그친 슈퍼소닉을 제외하면 결과는 대체로 좋아 보인다. 안산밸리 7만 8,000명, 펜타포트 8만 5,000명, 지산월드 8만 8,000명, 현대카드 7만 5,000명.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티켓 판매량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게 업계의 관행"이라면서 "인천시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펜타포트를 제외하면 대부분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페스티벌이 늘어나면서 미숙한 운영이 자주 눈에 띄었다. 올해 처음 열린 지산월드락페스티벌에선 폭우로 일부 공연이 2시간 가까이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고, 펜타포트락페스티벌에선 무대 간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 공연 관람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안산밸리록페스티벌과 지산월드락페스티벌은 악취가 심해 관객들의 불평을 샀다.
대기업이 록페스티벌을 주도해 시장을 흐린다는 비판도 있다. 뮤즈와 메탈리카를 놓고 시티브레이크 주최사인 현대카드와 슈퍼소닉의 PMC네트웍스가 경쟁하는 바람에 출연료가 팀당 20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김작가는 "록페스티벌이 초심을 잃고 지나치게 비즈니스 위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쉽다. 관객들이 스스로 축제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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