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은 아우들의 플레이에 더 열광했다. 19일 잠실 학생체육관은 고려대를 외치는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최연소 국가대표' 이종현(19ㆍ203㎝), '왼손 현주엽' 이승현(21ㆍ197㎝)이 형님들을 혼쭐냈다.
고려대가 2013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KT를 74-53으로 완파했다. 이종현(16점 11리바운드 2블록슛), 이승현(21점 14리바운드 5어시스트)과 함께 4학년생 가드 박재현(9점 7어시스트), 2학년생 포워드 문성곤(11점) 등이 동반 활약을 펼쳤다. 지난 대회 10점 차 패배(73-83)를 두 배로 갚은 고려대는 모비스-경희대전 승자와 21일 결승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이종현의 높이가 빛났다. 리바운드와 득점, 블록슛 능력에다 속공 능력까지 과시했다. 107㎏의 육중한 몸을 이끌고 쉼 없이 코트를 오갔다. 하이 포스트, 로우 포스트를 오가며 상대 공격을 미리 차단했다. 4쿼터 4분43초를 남기고 성공시킨 엘리웁 덩크는 이날의 백미. '괴물 1학년'다웠다.
KT는 이종현을 막기 위해 장재석, 민성주 등 2m가 넘는 센터들을 내보냈다. 베테랑 송영진, 김도수도 합류했다. 하지만 골밑 돌파, 골밑 슛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외곽 플레이로만 일관했다. 확률 낮은 무리한 3점슛은 21점의 점수 차 패배의 빌미가 됐다.
이승현의 플레이도 일품이었다. 이날 경기를 관전한 한 구단 스카우트는 "완성형에 가까운 선수"라는 찬사를 보냈다. 2개 시도한 3점슛은 모두 림을 통과했다. 미들슛도 10개 던져 6개를 성공시켰다. 승부가 갈린 경기 후반 어시스트(5개)에 집중했다면 프로-아마 최강전 사상 첫 트리플 더블이 나올 뻔했다. 이종현과 이승현이 버티는 고려대의 골밑은 철옹성 같았다.
전반을 24-19로 마친 고려대는 3쿼터에 승기를 가져왔다. 이종현이 5점, 문성곤이 4점을 넣으면서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이종현은 3쿼터 시작과 동시에 골밑 슛을 성공시킨 뒤 4분11초를 남기고는 번개 같은 속공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 때 점수 차는 59-35, 24점 차로 벌어졌다. KT는 조성민이 16점으로 분전했지만 골밑에서의 지원이 없었다.
이민형 고려대 감독은 경기 후 "이종현-이승현의 콤비 플레이가 많이 좋아졌다. 상대 수비가 골밑으로 몰릴 때는 외곽슛이 적절하게 터졌다"며 "매 경기 결승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준결승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SK가 전자랜드를 66-54로 물리쳤다. SK는 김민수가 16점 13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고 변기훈이 3점포 4방으로만 12점을 넣었다. 김선형은 25분19초를 뛰면서 9점 4어시스트. 이날 공격리바운드 18개를 포함해 총 45개의 리바운드를 낚아챈 SK는 29리바운드에 그친 전자랜드를 어렵지 않게 꺾었다. SK는 KGC-상무전 승자와 준결승전을 치른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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