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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8월 20일] 한국일보여, 모차르트의 길을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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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8월 20일] 한국일보여, 모차르트의 길을 가라!

입력
2013.08.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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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732년 3월 31일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77세 되던 1809년 5월 31일 사망했다. 그로부터 24년 뒤인 1756년 1월 27일 같은 오스트리아에서 그의 후배가 태어나 35세 되던 1791년 12월 5일 사망했다. 그리하여 24년 늦게 태어난 후배는 선배보다 오히려 17년 일찍 세상을 떠났다. 앞의 그는 교향곡 '시계', 현악4중주 '종달새' 등으로 유명한 요셉 하이든이고, 뒤의 그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사실은 두 사람 모두 죽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결국 사람은 모두 죽는다. 그리고 남은 것은 그들이 오선지 위에 그려 넣은 악보다.

나는 우리나라 대통령 가운데 누가 가장 뛰어난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은 안다. 자신이 평범한 시민과 똑같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렇게 행동하다 간 유일한 대통령이 누구인지는 안다. 그리하여 그가 세상을 떴을 때 내게 절망에서 벗어날 위로와 힘을 준 것은 친구도 아니요, 돈도 아니었다. 오로지 모차르트의,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한없이 깊은 음악이었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결과 비로소 창조될 수 있었던 그 천상의 슬픔 말이다.

나는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사람은 모두 죽는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눈만 뜨면 건강을 말하지만 결국 그들 모두 죽는다. 이게 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건강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인가. 오래 살려고? 그렇다면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당신이 아무리 오래 살아도 200년 후 우리 가운데 살아남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이든의 77세 삶보다 모차르트의 35세 삶이 오늘 우리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모차르트가 더 오래 살았기 때문이 아니다. 선배 하이든이 귀족의 든든한 후원에 안주하며 안락한 삶을 사는 동안 모차르트, 그는 안락한 삶, 의존적인 삶을 거부했고, 그 결과 그는 이른 죽음과 더불어 영원히 죽지 않을 음악을 남겼다.

당신이 당신 삶의 목표를 포기하고 건강을 선택한 결과 당신이 불로장생, 또는 영생을 얻을 수 있다면 당신의 선택은 옳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 선택은 '무엇을 위해 건강해야 하는가?'여야 한다. 삶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건강을 잃을 수밖에 없다면, 건강을 잃어야 한다. 오래 살아남아 호의호식하는 친일파와 27세에 일본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한 윤동주의 삶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다고 느끼는 것은 비단 나뿐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 오래 사는 것보다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하다.

한국일보가 제 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제 자리를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오래 살아남고, 안락한 삶과 두툼한 급여봉투, 충분한 취재비를 원한다면 그건 제 자리를 찾은 게 아니다. 200명 가까운 기자들이 한 몸이 되어 싸운 대상은 과연 무엇이었던가.

한국일보라는 언론의 기치 아래 일치단결하여 싸운 대상은 사주도 아니요, 박봉도 아니다. 그건 오직 참된 언론을 구현하겠다는 의지일 것이고, 참된 언론이란 결국 영원히 살아남아 역사로 새겨질, 기자로서 감내해야 할 숭고한 사명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안락한 자리에서 달콤한 와인에 펜을 담가 기사를 쓰는 모습이 부러울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기사는 결코 100년 후, 200년 후 역사를 증언하지 못할 뿐아니라 고통에 빠진 그 누구도 위로하지 못한다.

한국일보, 그대는 지금 삐걱거리는 의자에 앉아 몽당연필에 침을 묻혀 가며 기사를 써야 한다. 그게 기자 정신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 다만, 역사 속에서 잊힐 것을 두려워하라. 그때 비로소 한국일보는 영원할 것이다.

김흥식 서해문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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