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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8월 20일] 북의 진정한 사과가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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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8월 20일] 북의 진정한 사과가 있었다면…

입력
2013.08.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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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들은 아침에 일어나 김일성 부자 사진을 깨끗이 닦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며, 노동당 충성 점검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신같은 수령을 비판은커녕 의심만 해도 반드시 수감되고 어느 하루도 배불리 밥을 먹지 못하며 온갖 정치학습과 총화를 한다. 좋든 싫든 직업은 국가에서 지정해준 것만 가져야 한다.

장장 60여 년을 그렇게 사는 2,000만 인민에게서 정부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고 노동당중심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 중의 하나가 바로 남한을 핑계로 삼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다. 늘 그러듯이 북한당국은 지난 3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빌미로 주민들에게 전투동원태세를 강요하며 한반도의 정세를 극도로 긴장시켰다.

20대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이어서인지 남한에 대한 비난과 욕설이 과거 할아버지와 아버지 시대와는 비교가 안 되게 강했다. "남조선 공격을 위한 1호 명령을 하달한다" "전쟁이 터지니 서울의 외국인은 당장 떠나라!" "적진지를 초토화하는 성스러운 통일성전이 시작된다" 등 온갖 섬뜩한 언어폭탄이 쏟아졌다.

수십 년 전부터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끊이지 않는 대남협박의 일환으로 인지한 남한의 언론은 "북한이 아무리 그래도 '달러박스'인 개성공단만은 폐쇄하지 못할 것"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수령옹위정신과 자존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북한당국이 발끈하며 "개성공단을 달러박스로 부르는 것은 '최고존엄'(김정은) 모독이라며 남측 인원은 모두 나가라"고 하여 잠정 폐쇄된 개성공단이다.

이는 남한에서 보면 황당함 그 자체다. 분명히 '달러박스' 소리는 북한 영토가 아닌 서울에서 나왔다. 세상이 알다시피 남한은 언론표현의 자유가 존재하는 민주국가이다.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도 비리가 있고 무능하면 물러나라고 시위를 벌이는 남한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북한이다. 그러면서도 아는 체 하는 데는 이골이 났다.

하면 자신들의 '최고존엄' 수호에는 광적인 그들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어떨까? 관영언론에서 남한을 향해 외치는 '리명박 쥐새끼무리!' '괴뢰패당(대통령)을 찢어 죽이라!' '박근혜는 정신병자!' 등의 막말은 과연 뭔가? 지들은 제 멋대로 어떤 폭언이든 해도 되고 상대방은 그러지 말라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다. 어쩌면 위정자들이 김정은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를 남한 대통령에게 대고 푸는지도 모르겠다.

싸우면 꼭 같아질 것 같아 차분히 인내하고 자제한 남한이었기에 그나마도 오늘의 한반도 평화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마치도 자신들의 노력인 양 착각하는 북한의 통치자들은 세상이 웃는 줄도 모르고 오로지 죽은 수령들과 20대 어린 수령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데 그 모습이 정말 가관이다.

전 세계적으로 망신을 톡톡히 산 이번 개성공단 중단사태는 북한의 옹졸하고도 폐쇄적인 인식에서 비롯됐는데 그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한마디도 없었다. 아무리 두 눈을 크게 뜨고 봐도 이번 문제해결의 핵심인 '남한 언론'에 대한 북한의 진심 어린 이해의 태도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숨겨진 심각한 문제이다.

앞으로도 남한의 언론에서 핵개발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며 인민들의 굶주림을 방치하는 김정은에 대한 비판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것을 개성공단과 연계한다면 언제든 공단운영 중단은 재발될 수 있다. 북한은 2,000만 인민의 목숨보다 김정은 한 사람의 명예를 더 중시하는 나라이다. 개성공단 근로자 5만여명과 그 가족 20만명이 굶어 죽어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을 정권이다.

림일 탈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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