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에 관한 정부안 확정이 다음달로 다가온 가운데, 소득 상위 30% 중 국민연금 미가입자를 기초연금 지급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통령직인수위가 마련한 원안을 토대로 하되 일부를 수정한 대안으로, 고소득자 연금 지급을 둘러싼 논란을 피해가면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20일 박완주, 양승조 의원(민주당) 주최로 국회에서 열리는 토론회 발표문을 19일 공개, 이같이 밝혔다.
지난 2월 발표된 인수위안은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금액을 차등화하되 전체 노인에게 모두 기초연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소득 하위 70% 중 국민연금 미가입자에게는 공약대로 기초연금 20만원을, 국민연금 가입자에게는 가입기간에 따라 14만~2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인수위안의 골자다. 소득 상위 30%는 국민연금에 가입했으면 가입기간에 따라 4만~10만원을, 미가입자에게도 4만원을 지급한다.
김 교수의 안은 이 중 소득 상위 30% 국민연금 미가입자(137만명)에게 주는 4만원을 포기하자는 것으로 이 경우 여러 이점이 있다. 고소득층에게 연금을 주는 것에 대한 논란, 이른바 '이건희 기초연금 지급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인수위 원안에 비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인수위안은 내년부터 2017년까지 44조3,000억원이 들어가는데 '인수위 대안'은 원안보다 2조5,000억원을 아낄 수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정치적인 합의를 이끌어 낼 가능성도 높다. 민주당은 소득 하위 80%까지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하되, 재정 여건을 고려해 70~80% 구간에 대해서는 소득에 따라 차등지급하자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인수위 대안을 도입할 경우 소득하위 77%까지 기초연금 지급이 가능하다. 지급액은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지급 대상은 민주당과 비슷한 셈. 또한 인수위안은 박근혜 정부가 스스로 제안한 안이라는 데서 정부와 새누리당도 거부하기 어려울 것으로 김 교수는 내다봤다. 실제로 복지부는 인수위안을 기준으로 내년 기초(노령)연금예산을 편성(5조3,700억원)한 상태다. 다만 인수위 대안도 국민연금 가입자의 역차별 불만을 해소할 수 없을 것이라는 한계는 있다.
김 교수는 "기초노령연금을 진정한 기초연금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한 개편방안이지만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은 만큼, 인수위안을 개편하는 안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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