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원인 모를 폐 손상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의 사연이 사회 문제로 부각됐다. 보건복지부는 역학조사에 들어갔고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일 것이라는 중간 조사 발표를 했다. 2012년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폐 손상에 영향을 줬다고 공식 발표했다. 120여명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됐고, 해당 제품에 대한 수거와 시정명령, 검찰 고발 등이 뒤를 이었다. 사람들의 머리 속에선 벌써 잊힌 사건이 되었지만 피해자들의 고통과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KBS1 TV 시사프로그램 '시사 기획 창'은 20일 밤 10시 '끝나지 않은 고통'이란 제목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 그들의 외로운 싸움을 조명한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 국내에서 첫 개발됐다. 1997년부터 판매를 해 2011년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14년 동안 동네 슈퍼마켓의 생활용품 코너에서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좀 더 위생적으로 가습기를 쓸 수 있다는 믿음에 기댔다가 120여명이 예상치 못했던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건강을 위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가 가족을 영영 떠나 보내야 했던 피해자들은 죄책감과 더불어 막대한 병원비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복지부가 최종적으로 원인을 규명했지만 해당 업체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의 역학 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정부 역시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엔 손사래를 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1년 넘게 정부와 업체를 상대로 힘겹게 민사소송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들을 구제할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세계적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쓰는 국가가 없는데 국내에선 어떻게 오랜 시간 판매가 이뤄진 것일까. 프로그램은 피해자들의 고통뿐 아니라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는지 국가의 제품 관리 시스템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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