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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의 즐거운 세상] 수영장에서 쉬하지 마시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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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의 즐거운 세상] 수영장에서 쉬하지 마시옷!

입력
2013.08.19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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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가 며칠 전 한강수영장의 수질에 대해서 집중 보도를 한 적이 있다. 취재기자는 그보다 2주 전 어느 한강수영장에서 엄마와 아이의 이런 대화를 듣고 놀라 취재를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가 “엄마, 나 응가했어.” 그러자 엄마가 “어~괜찮아. 수영장에선 원래 쉬하고 그래도 돼.”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기자는 잠시 뒤 ‘분변(糞便)’, 그러니까 똥으로 추정되는 작은 이물이 떠다니는 걸 보았다. 오줌이 아니라 진짜 응가를 한 것이었다. 그래서 주변에 있던 구조요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돌아온 건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원래 수영장 이용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잖아요? 그냥 저쪽에 아이들 없는 수영장으로 가세요.”

이 기자는 그 뒤로도 한강수영장 여러 곳을 가보았다고 한다. 평일과 휴일, 오전과 오후 이렇게 나흘을 지켜봤고 수영장을 찾은 시민 50여 명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본격 취재에 나서 수중카메라를 이용해 물속을 들여다봤다. 바닥에 잔뜩 끼어 있는 물이끼, 희뿌연 물 사이로 보이는 쓰레기, 종잇조각, 머리카락, 음식물, 심지어 과일 껍질까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이물이 있었다. 방송 리포트에는 사용할 수 없었지만, 앞서 말한 ‘분변’으로 추정되는 이물질까지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수영장이나 풀장, 또는 목욕탕에서 실례를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거나 몸을 부르르 떠는 사람은 분명 쉬야를 한 경우다. 그런 사람들의 생각은 나 하나쯤 이런 실례를 한다고 해서 표가 나는 것도 아니고, 당장 급한데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거다. 바다라면 더 마음 놓고 그런 짓을 하겠지.

아주 오래전에 본 네 칸짜리 만화에 이런 게 있었다. 두 남자가 얼굴만 내놓고 목욕탕 물속에 앉아 있다. 한 남자가 갑자기 머리를 부르르 떤다. 그걸 본 다른 남자는 깜짝 놀란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그 남자 주변의 물이 보글보글해진다. 오줌을 눈 데 대해 방귀로 복수를 한 것이다. 맨 마지막 장면엔 오줌 싼 사람의 화가 난 표정이 그려져 있다.

나는 10년도 더 전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수영을 배우러 다닌 일이 있다. 수영장에 가기 시작한 건 11월 중순쯤이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그곳에 가려니 날씨도 점차 쌀쌀해지고 일어나기도 싫어져 꾀를 부리게 됐다. 따져보니 한 달에 겨우 열 번 정도나 갔을까 싶다.

초보자는 “음, 파!”부터 배운다. 머리를 물속에 넣을 때 “음”, 물 밖으로 내밀 때 “파!”를 하게 돼 있다. 그런데 “음”은 되는데 그놈의 “파!”가 잘 되지 않았다. 수영에 소질이 없는 게 분명했다. 어려서는 뒤로 가는 헤엄, 이른바 송장헤엄(배영)이라는 걸 제법 했던 것 같은데 그것도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자꾸 빠지고 안 가자 아내가 뭐라고 잔소리를 했다. 사람이 의지가 없다느니 운동에 소질이 없다느니 운운. 그때 내가 수영장에 안 가는 이유로 댄 것이 여자들이 물속에서 오줌을 눈다는 것이었다. 어떤 할머니가 오줌 누는 걸 내가 분명히 보았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물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느냐, 그 오줌이 입에도 들어갈 거 아니냐 운운. 아내는 거짓말 말라고 했지만, 나는 벅벅 우겨댔다.

이번 SBS의 보도에는 이런 말도 나왔다.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 약 0.14그램의 분변이 항문 주위에 있다. 그런데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샤워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이 분변이 수영장 물에 씻겨 물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러 쉬야를 하지 않아도 이물이 떠다니게 된다는 거 아닌가.

그러니 수영장이나 목욕탕에 들어가기 전에는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대소변을 미리 가려야 한다. 그게 시민의식이다. 특히, 이 세상에 ‘여자화장실’이라고 표시된 곳 외에는 다 남자화장실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조심을 해야 한다. 나는 이번 여름에 공중목욕탕에도, 수영장에도 가본 일이 없다. 그러니까 나는 절대로 그런 곳에서 쉬야를 한 적이 없는 사람임을 세계만방에 널리 알리는 바이다.

임철순 한국일보 논설고문 fusedt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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