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은 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다. 신라인들은 바위마다 음각 양각으로 불상을 새겨 놓았다. 신라인들에게 남산은 불국토와 동의어라고 할 수 있다. 더 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샛길을 막는 등 탐방로 정비도 필요하지만 문화재에 대한 순례자들의 발길까지 차단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타가 인정하는 남산 지킴이 김구석(61) 경주남산연구소장. 그는 신라인들의 신앙과 삶이 배어 있는 남산을 보존하면서도 동시에 탐방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탐방로 정비를 촉구했다.
김 소장을 만나 남산 알리기에 대한 그의 열정과 바람직한 남산 정비 방향 등을 들어 보았다.
-경주 남산, 어떤 곳인가.
"최고봉이 해발 494m밖에 안 되지만 골은 깊고 능선은 변화무쌍하며 기암괴석이 만물상을 이룬 산이다. 작으면서 큰 산으로 국립공원이다. 신라와 흥망성쇠를 같이 한, 온갖 전설이 녹아 있는 민족문화의 산실이기도 하다. 왕릉 13기, 산성터 4곳, 절터 147곳, 불상 118개, 탑 석등 등 확인된 문화재만 672점에 이른다.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보호받고 있고, 2008년부터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경주시로부터 관리권을 이양 받아 관리 중이다."
-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2008년 이후 최근까지 남산을 보전하기 위해 샛길을 정비하고 일부 구간에 나무데크를 설치하는 등 탐방로 정비사업을 하고 있다. 이것이 남산유적답사에 미치는 영향은 없나.
"관리권 이관 후 추가 훼손을 방지하는 등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국립공원처럼 보전에 방점이 찍히다 보니 남산의 특수성을 간과한 것 같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같은 산과 다르다. 산 전체가 문화유산이다. 보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을 수밖에 없겠지만, 뛰어난 문화유산은 순례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 동안 남산은 샛길이 지나치게 많고, 등산로가 허리까지 빠질 정도로 훼손이 극심했던 것도 사실인데.
"그 점은 잘 알고 있다. 다만 더 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샛길을 막더라도 좀 합리적으로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남산은 단순히 등산을 하는 산이 아니라 순례하는 산이 돼야 한다다. 그런 점에서 국공단의 탐방로 정비로 인해 순례자들이 꼭 들러야 할 문화재를 박는 경우도 생겨 안타깝다."
-김 소장은 남산유적답사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40년간 남산에 미쳐왔고, 17년간 학생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답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요즘은 매주 일요일과 공휴일, 그리고 방학 중에는 주중에도 실시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사실 남산만큼 이 말이 딱 맞는 곳도 드물다. 남산은 단순한 등산코스로로 생각한다면 설악이나 지리에 못 미칠 것이다. 하지만 봉우리와 골짜기마다 깃든 사연과 선조들의 정신세계, 문화재의 우수성 등을 미리 알고 둘러 보면 몇 날 며칠을 다녀도 부족하다. 덧붙인다면, 불교 성지인 남산 문화유적답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교회 목사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그 목사님은 1년 정도 함께 하다가 사정상 빠지게 됐다."
-앞에서 언급한 작으면서 큰 산이라는 게 무슨 뜻인가.
"고교시절 단체로 남산에 불교순례를 나섰다가 각양각색의 불상과 석탑에 매료됐다. 혼자 보기 아까워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고, 공직생활 중에도 슬라이드 필름으로 촬영했다. 지금까지 40년간 남산을 오르내리며 연구했다. 지인들은 이런 저를 보고 이구석 저구석 김구석이라고 불러 주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못 가본 곳이 가 본 곳보다 더 많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지역이 70%는 된다. 고라니와 맷되지, 사슴도 많고 언젠가 그물에 걸린 사슴을 구해준 적도 있다."
-향토사학자로 유명한 고 윤경렬 선생과 인연이 각별했다는데.
"처음 남산을 오르내릴 때 손에는 윤경렬(1916~1999) 선생이 쓴 남산연구서가 쥐어져 있었다. 1979년 발간한 책을 1988년 수정할 때 사진 작업에 힘을 보탰다. 지금 생각해도 생애 최고로 가슴 벅찬 경험이었다."
-남산에 대한 자랑 한마디.
"남산은 신라 역사의 시작과 종점이다. 박혁거세가 태어난 곳도, 최초의 왕궁도 남산에 있었다. 신라가 멸망한 포석정도 남산 자락에 있다. 산 중턱에 있는 용장사 삼층석탑은 거대한 바위 봉우리를 하층 기단으로 삼고, 위에는 산봉우리가 있어 전체적으로는 높이 350m가 넘는, 그야말로 자연미와 인공미가 조화를 이룬 세계 최고(最高) 탑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계획은.
"힘 닿는 데까지 남산을 널리 알리고 보전하는 데 앞장서겠다. 요즘 남산을 재조명하는 각종 단체와 동호회, 연구단체, 순례단체도 속속 생기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명산 남산 지킴이가 되도록 하겠다."
● 약력
경주남산연구소장
경주시청 사적공원관리사무소근무
서라벌대학교 국제관광경영학과 겸임교수
경岺??旋╂㎰廢?위원장
2003경주세게문화엑스포 문화부장관 유공 훈장
김성웅기자 ks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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