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러시아 동부 우랄지역에 거주하는 대학생 아르? 고로딜로프(21)는 집까지 태워 주겠다는 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가 끔찍한 일을 겪었다. 친구의 지인이라며 차를 몰고 온 3명은 고로딜로프의 집이 아닌 공동묘지로 그를 끌고 가 그가 동성애 행각을 벌였다며 추궁했다. 이들은 고로딜로프를 구덩이에 처박고 오줌을 끼얹은 뒤 묘지 앞에 박힌 나무 십자가를 등에 지고 끌고 가도록 시켰다. 그들 중 한 명이 웃으며 외쳤다. "동성애자들은 모두 이 꼴이 날 것이다."
'동성애 선전 금지법'이 통과된 이후 러시아에서 동성애 혐오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월 30일 미성년자에게 비전통적 성관계(동성애) 선전을 금지하는 법에 서명했다. 법에 따르면 비전통적 성정체성을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사람에게는 최대 3,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FT는 러시아는 원래 동성애 혐오 정서가 강했으나 이 법이 통과됨에 따라 사실상 정부의 묵인 아래 더 많은 이들이 폭력에 가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최근 러시아에서 열린 게이 행진에서는 군경이 지켜보는 가운데 반동성애 시위자들이 퍼레이드 참가자들에게 공공연하게 폭력을 휘둘렀다. 동성애자 인권운동가인 니콜라이 알렉세예프는 "정부가 폭력을 허용한 것은 아니지만 (동성애 선전 금지)법 통과로 인해 동성애자들에 대한 공격이 준합법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동성애자들에게는 동성애 선전에 매겨지는 벌금보다 이러한 인식 변화가 훨씬 더 공포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동성애자 핍박에 상당수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고로딜로프를 괴롭힌 단체의 부두목격인 콘스탄틴 스크보르초프는 자신들의 소셜네트워크사이트가 7만5,000명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구소련 시대에는 동성애가 불법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동성애 운동가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그들은 이미 원하는 것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동성애 선전 금지법 통과 당시에도 국민 88%가 이를 지지했다. 국제사회가 이 법을 비난하자 러시아 대표 높이뛰기 선수인 옐레나 이신바예바는 16일 "전통적으로 남자는 여자와, 여자는 남자와 살아왔다"며 "내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우리 법을 존중해 동성애를 선전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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