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8일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을 연계하는 카드를 내밀면서 또다시 남북간 복잡한 수싸움이 시작됐다. 14일 합의한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도 실무협의를 앞두고 있어 남북이 3대 현안인 '개성공단-이산가족-금강산'간의 얽히고 설킨 삼각 퍼즐을 순조롭게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의 다목적 노림수
북한은 23일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을 하자는 우리측 제안을 이날 수용했다. 대신 이보다 하루 앞선 22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열자고 제의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남북 상호간 거부감이 적은 이산가족 상봉 대신 피차간에 껄끄러운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패키지로 묶어 먼저 다루겠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정부의 수순과 차이가 있다. 정부는 폐쇄 직전까지 치달았던 개성공단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한 뒤, 2010년 10월 이후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하려 했다. 9월 추석이라는 시기적 요인과 이산가족의 상당수가 고령화된 현실적 필요성을 감안한 조치다. 반면 금강산 관광 재개문제는 2008년 박왕자씨 피살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의지가 부족해 후순위로 미뤄뒀다.
따라서 북한의 이날 제안은 이 같은 우리 정부의 청사진을 흩트리기 위한 역공으로 보인다. 남측과 대화의 흐름은 유지하되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다. 남북은 개성공단 실무회담 과정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추가로 다루기로 합의한 만큼 정부가 북한의 제의를 거부할 명분도 없다.
또한 금강산 관광은 경제적 파급효과도 크다. 북한은 관광 중단 직전까지 매년 4,00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됐다. 개성공단을 통한 연수입 9,000만달러에 비하면 절반 이하에 불과하지만 금강산 관광이 활성화되면 원산, 백두산, 칠보산 등 관광특구를 추가 개발하는데 속도를 낼 수 있다. 더욱이 근로자가 5만3,500명에 달하는 개성과 달리 소수 인력으로 운영이 가능하고 통제가 용이하다.
금강산 관광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국제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까지 동시에 의제로 올려 미국과 중국을 향해 남북간 현안을 적극적으로 풀어간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곤혹스런 정부
금강산 관광이 북한에겐 '꽃놀이 패'인 반면 우리 정부는 곤혹스러운 처지다. 앞서 이명박정부가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를 요구하다 관계가 단절된 것과 달리 박근혜정부는 이를 생략하고 남북관계를 풀어보려 했지만 북측이 먼저 금강산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서 문제가 꼬였기 때문이다. 북측이 이산상봉 실무협의 장소로 금강산을 제안한 데 대해 우리측이 곧바로 판문점을 거듭 제시한 것도 금강산 관광문제에 대한 우리측 입장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한 방편이다.
사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이명박정부가 천안함ㆍ연평도 사건 후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간 인적ㆍ물적교류 중단을 골자로 한 5ㆍ24 대북제재 조치와도 맞물려있다. 박근혜정부도 국민정서와 한반도 정세를 감안할 때 5ㆍ24조치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답보상태인 북핵 문제도 걸림돌이다. 북한은 6자회담 등 주변국과의 대화의지를 내세우면서도 핵 보유를 공식화하며 비핵화에 역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금강산을 통해 북한과의 전향적인 교류협력을 재개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조와도 어긋날 우려가 크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성의 있는 조치가 없는 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는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 대화가 금강산 문제로 꼬일 경우 이번 주에 본격화될 개성공단 정상화 논의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남북은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개성공단에 관한 구체적 사안을 일괄적으로 협의하기로 한만큼 위원장의 '격'이나 위원회 구성, 운영방안 등을 놓고 이견이 대립할 경우 역으로 이산가족 상봉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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