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에 의한, 볼트를 위한, 볼트의 레이스' 였다.
인간 번개 우사인 볼트(27ㆍ자메이카)가 18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4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0m 결선에서 19초66의 시즌 최고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볼트는 이로써 2009년 베를린, 2011년 대구 대회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남자 200m를 3연패한 선수가 됐다. 볼트 이전까지 남자 200m에서는 캘빈 스미스(미국)가 1983년 헬싱키 대회와 1987년 로마 대회에서 2연패한 것이 최다 연속 우승 기록이었다.
볼트는 또 2009년 베를린 대회에 이어 모스크바 대회 100m와 200m를 석권해 세계육상선수권 사상 처음으로 남자 100m와 200m를 두 차례나 동시에 제패한 선수에도 이름을 올렸다.
볼트는 특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7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어 역대 최다관왕인 미국의 칼 루이스(금메달 8개)에게 1개 차이로 다가섰다.
하지만 이날 볼트의 기록은 자신이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수립한 세계최고기록(19초19)에는 미치지 못했다. 볼트는 대회를 앞두고 18초대 기록을 작성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으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준결선에서 20초12로 결선에 오른 볼트는 4번 레인에 자리를 잡았다.
볼트는 8명의 주자 중 가장 느린 0.177초 만에 스타팅 블록을 박차고 나섰다. 그러나 200m는 볼트의 주종목이었다. 볼트는 곡선 주로를 빠져나갈 때 이미 가장 앞장서서 레이스를 이끌었다. 선두자리를 확인한 볼트는 결승선을 앞두고는 주위를 돌아보며 오히려 속도를 줄이는 여유를 보이고 레이스를 마쳤다.
볼트는 우승을 확정한 뒤 늘 그렇듯 자메이카 국기를 두르고 두 팔을 뻗어 보이는 '번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워렌 위어(자메이카ㆍ19초79)가 2위, 커티스 미첼(미국ㆍ20초04)이 3위로 뒤를 이었다.
볼트는 "나도 빠른 기록이 나오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면서 "직선 주로에 진입하면서 다리가 아팠다. 코치도 너무 무리하게 속도를 올리지 말라고 해서 주위를 돌아보고는 속도를 늦췄다"고 말했다. 볼트는 지난 12일 열린 100m 결선에서 9초77의 기록으로 우승한 뒤에도 다리가 아팠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하지만 볼트는 "올 시즌에도 최고의 자리에 서겠다는 목표를 이뤘다"며 "가장 좋아하는 200m에서 우승해 행복하다"고 말했다. 볼트는 이어 "내 목표는 다음 올림픽에서도 타이틀을 지키는 것"이라며 "이는 아무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열린 여자 1,600m 계주 결선에서는 개최국 러시아가 3분20초19의 기록으로 역대 6차례 우승한 최강 미국(3분20초41)을 제치고 정상에 서는 이변을 연출했다. 러시아는 2007년 오사카 대회부터 시작된 미국의 3연패 행진을 끝냈다.
루즈니키 스타디움을 출발해 모스크바 강변을 따라 10㎞ 구간을 세 차례 순환해 경기장으로 돌아오는 42.195㎞ 남자 마라톤은 2012년 런던올림픽 챔피언 스티븐 키프로티치(24ㆍ2시간9분51초우간다)가 4연패를 노리는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성지훈(22ㆍ한체대)이 2시간26분43초로 44위, 김영진(30ㆍ삼성전자)은 2시간35분53초로 49위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다.
남자 5,000m에서는 모하메드 파라(30ㆍ영국)가 금빛 레이스를 선보였다. 파라는 13분26초98의 기록으로 하고스 게브르히웨트(에티오피아ㆍ13분27초26)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파라는 앞서 1만m 금메달도 획득해 중장거리 2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도 두 종목을 제패한 파라는 이로써 케네니사 베켈레(31ㆍ에티오피아)에 이어 두 번째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5,000m와 1만m를 잇달아 석권한 선수가 됐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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