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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8월 19일] 대통령을 설득하든 국민을 설득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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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8월 19일] 대통령을 설득하든 국민을 설득하든

입력
2013.08.1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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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중산층 증세 파동으로 가장 흠집이 난 사람은 현오석 경제부총리다.

자세한 내막이 무엇이든, 그는 중산층에겐 그렇지 않아도 힘든 데 세금 폭탄까지 떠안긴 장본인으로 각인됐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예민한 세금문제를 잘못 다뤄 그렇지 않아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민심에 불을 지른, 그래서 정부여당에 도움은커녕 짐만 지게 한 판단력 떨어지는 경제 책임자로 비춰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에선 실무진들이 여러 제약 속에서 몇 달씩 머리를 짜내 나름 묘안이라고 만든 세법개정안을 제대로 해명조차 하지 못한 채 뒤집어 버렸으니, 실망스런 리더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내정 단계부터 일부 선배 관료까지 나선 자질론에 시달렸고, 취임 후에도 사방에서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온 터라, 현 부총리의 행로는 앞으로 더욱 불안해 보인다.

사실 경제부총리치고, 입지가 튼튼했던 예는 별로 없다. 오죽하면 관가엔 "경제부총리는 취임하는 순간부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게 되어 있다" "경제부총리 주변엔 오직 흔드는 사람만 있다"는 말까지 있을까.

이건 경제 사령탑이란 자리 자체가 항상 모든 경제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고, 모든 경제적 성과도 혼자 책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장률이 떨어져도 부총리 책임이고, 물가가 올라도 부총리 책임이며, 일자리 창출이 되지 않아도 심지어 주가가 떨어져도 부총리 책임으로 돌아가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렇다 해도 이번 중산층 증세문제는 확실히 중대한 판단 미스였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하고 인화성 강한 '중산층'과 '증세'이슈를 한꺼번에 묶어서 건드렸으니 말이다. 한 퇴직 고위관료는 "실제 내용이 어땠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산층 증세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모든 게임은 끝"이라고 말했다.

맞는 얘기다. 이미 제도도입 목표를 달성했고 애초 일몰시한이 지나도 한참 지난 신용카드소득공제 조차 "중산층 혜택 박탈"이란 이유로 없애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출산촉진을 위해 다자녀가구에 세금혜택을 늘리고 그에 비례해 1~2인 가구 세제지원을 줄이면, "돈이 없어 혹은 건강이 나빠 아이를 못 낳는데 세금까지 차별 받으란 말이냐"는 항변이 쏟아지는 게 우리 정서다. 그런 중산층을, 그런 증세이슈를 만만히 보고 이렇게 섣불리 건드렸으니 '아마추어'란 비판을 받는 건 당연해 보인다.

물론 따지고 보면 현 부총리가 혼자 뒤집어 쓸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박 대통령이 확실하게 선을 그어버린 양대 불가사항, 즉 '135조원 복지공약 수정불가'와 '증세(세율인상) 불가'를 건드리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파동은 예고된 재앙이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까지 욕을 먹어야 할 만큼, 세 부담 폭이 큰 게 아닐 수도 있다. 애초 논란이 됐던 세법개정 원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ㆍ정ㆍ청 회의도 했을 것이고, 대통령 보고가 끝난 뒤 OK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잘못됐을 때 경제 부총리 말고는 누구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경제부총리는 '세금의 경제학'뿐 아니라 '세금의 정치학'도 미리 충분히 헤아렸어야 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현 부총리로선 지금 상황이 억울해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어쨌든 현 부총리는 이번 기회에 스타일을 좀 바꿔야 할 것 같다. 경제부총리의 유형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미 지난 6개월간 상처가 너무 많이 났고 지금 스타일을 고수하다가는 앞으로도 숱한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 보여서 하는 말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정치권 심지어 여당에서조차 좀 얕잡아 본다는 느낌까지 들게 한다.

그렇다고 강성 부총리가 되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지난 정부 초대사령탑이었던 강만수씨처럼 스타일이 너무 강하면 강한 대로 또 공격대상이 될 것이다.

다만 이번 중산층 증세파동을 자세히 복기해보면, 대체 무엇이 잘못됐고 앞으로 무엇이 꼭 필요한지는 분명해졌다고 본다. 그건 바로 국민들에 대한 설득, 그리고 대통령에 대한 설득이다. 둘 다 실패했기 때문에 이번 파동이 생긴 것이다. 경제를 이끌어야 할 사령탑이라면 적어도 한쪽은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성철 산업부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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