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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8월 19일] 관광상품 차우셰스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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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8월 19일] 관광상품 차우셰스쿠

입력
2013.08.1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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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은 동구권 붕괴라는 세계사의 한 획을 그었지만, 우리에게는 이런 격변의 와중에서 공산권 지도자로는 유일하게 처형된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기막힌 몰락으로도 기억되는 해다. 빈농의 아들로 최고의 권좌에 올라 25년간 철권을 휘두른 차우셰스쿠는 재임 중 온갖 기행적인 정책과 서방세계까지 넘나드는 독특한 통치방식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이단아였다.

▲ 그는 68년 소련이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하자 이를 공개 비판한 뒤 줄곧 비소련, 비동맹 노선을 걸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전신인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도 가입, 서방이 소련에 반기를 들게 할 요량으로 그에게 전폭적인 재정지원을 했을 정도다. 당시 소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대로 좌우세계를 넘나든 공산지도자는 그 말고는 유고슬라비아의 티토 정도였다.

▲ 차우셰스쿠가 우리에게 관심 인물이 된 것은 북한과의 인연 때문이다. 71년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체사상에 깊은 감명을 받은 그는 주민 탄압과 우상화 작업에 몰두했다. 이 와중에 수도 부쿠레슈티를 덮친 대지진과 급격히 늘어난 서방외채로 민생은 파탄으로 치달았다. '자녀할당제'란 이름으로 모든 부부에게 의무적으로 4명의 아이를 낳게 했고,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혼금지령'을 내렸다. 부부관계를 갖지 않는 부부를 겨냥해 금욕세를 물렸고, 심지어는 '월경(月經)경찰'을 둬 잠자리까지 감시했다. 평양의 김일성주석궁(금수산태양궁전으로 개명)을 본 따 부쿠레슈티에 지은 인민궁전도 차우셰스쿠 몰락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금은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는 인민궁전은 미국의 펜타곤 다음으로 큰 건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 89년 크리스마스 날 부쿠레슈티 남쪽 타르고비스테 군 기지에서 아내와 함께 총살된 차우셰스쿠의 처형지가 다음달 관광지로 공개된다고 한다. 그 해 12월22일 헬기를 타고 도피하다 시위대의 편에 선 군인들에게 체포된 그는 군사법정에서 사형을 받고 즉시 끌려 나와 기관총으로 처형됐다. 지금은 루마니아의 최대 관광명소가 된 인민궁전과 곧 관광지로 등재될 그의 처형지를 보면서 절대권력의 허망함을 느낀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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