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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8월 19일] 미국 신문 사주들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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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8월 19일] 미국 신문 사주들의 선택

입력
2013.08.1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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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가 다수 거주하는 워싱턴 인근 센터빌에 2008년 한국식 찜질방이 개장했을 때 워싱턴포스트는 관련 사진을 1면에 올렸다. 거기에 더해 관련 기사가 2개면에 걸쳐 배치되자 재미 한인들조차 깜짝 놀랐다. 워싱턴 미주한국일보의 박태욱 편집국장은 "한인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워싱턴포스트가 한인까지 고객으로 배려해야 할 만큼 경영 여건이 심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한인들의 워싱턴포스트 구독이 크게 늘지는 않은 것 같다. 워싱턴 일대에서는 현지의 한인 신문을 구독하면 워싱턴포스트를 끼워주니 말이다. 발행 부수가 한참 뒤지는 한인 신문의 마케팅용 무가지로 전락한 워싱턴포스트의 처지가 미국 유력지의 현주소다.

워싱턴포스트와 함께 미국 3대 유력지로 꼽히는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의 지난 몇 년 행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고의 권위지인 뉴욕타임스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멕시코의 거부 카를로스 슬림으로부터 연 14%의 고리에 2억5,000만달러를 빌리는 수모를 당한 게 2010년이다. 뉴욕타임스는 3년 뒤 이번에는 141년 전통의 보스턴글로브를 부실자산으로 분류한 뒤 현지 프로야구 구단주에게 팔아 넘겼다. 뉴욕타임스가 11억달러를 주고 샀던 보스턴글로브의 매각 가격은 7,000만달러였다.

이제는 뉴스조차 되지 않는 신문 위기론이, 워싱턴포스트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에게 매각된 것을 계기로 새삼스럽게 들춰지고 있다. 신문 추락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기할만한 것은 3대 유력지 사주들의 서로 다른 위기 대응 방식이다. 누구의 선택이 최선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그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주는 위기에서 도망을 택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신문의 모기업인 다우존스그룹을 소유한 밴크로프트가(家) 후손들은 경영 악화로 배당금이 줄자 갈등을 겪다 신문을 매각, 각자도생의 길을 찾았다. 이들은 2007년 미디어 황제국인 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 회장에게 55억달러에 월스트리트저널을 포함한 그룹 전체를 넘기고 언론계에서 사라졌다. 그와 정반대 길을 가는 사주가 뉴욕타임스의 설즈버거 가문이다. 설즈버거 측은 한때 30여개의 지방지와 9개의 TV방송국을 거느린 미디어 제국이었던 뉴욕타임스의 계열사를 차례로 매각했다. 포털업계의 떠오르는 별로 주목받던 어바웃닷컴까지 팔아 뉴욕타임스 단 한 곳에 자금을 집중했다. 사주가 모든 것을 '올인'한 덕에 뉴욕타임스는 구조조정을 겪지 않았고 이 신문의 최대 자산인 1,000명의 기자들도 잃지 않았다. 그 결과 이 신문은 온라인 독자 70만명의 구독료가 광고 수입을 넘는 개가를 이루며 경영 위기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사주 그레이엄 가문이 신문을 매각한 것은 반드시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실 그레이엄 가문이 보유한 계열회사의 매출에서 워싱턴포스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적자를 버텨낼 자금여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도널드 그레이엄 회장은 "워싱턴포스트의 독립성을 보호하면서 디지털 시대에 맞게 신문을 변화시킬 사람이 필요했다"고 솔직한 매각 이유를 털어놨다. 종이신문의 사주로서 자신의 능력 부족을 절감한 양심적 판단 끝에 매각 결정을 했다는 고백으로 들린다. 그레이엄이 인수자 베조스를 만나 "나는 세일즈맨으로서 이 자리에 온 게 아니다"라고 한 것이나 매각 가격이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보다 낮은 2억5,000만달러라는 점도 신문을 매각한 그의 생각을 보여준다. 설즈버거 가문과 그레이엄 가문의 선택을 보면 신문의 권위와 명성 뒤에는 그에 어울리는 열정과 애정을 지닌 사주가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알 수 있다.

이태규 워싱턴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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