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4년이 흘렀다. 그 사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18일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현충관에서 엄수된 4주기 추도식의 삽화가 이를 잘 보여주었다. 평생 흔들림 없을 것 같았던 동교동 사람들이 흩어졌고,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했다는 민주당 지도부에는 이른바 DJ 직계는 한 명도 남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이 '장강의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는 이치를 모를 리 없겠지만, 진정 섭섭했을 대목은 민주당이 좀처럼 열패감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일 것이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이라는 국기문란 사건이 터졌는데도 책임자 처벌이나 정보기관 개혁을 이끌어내는 정국주도력은 고사하고 진상규명조차 못하고 있는 게 민주당의 현 주소다. 심지어 사건의 핵심 인물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국회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거부하고 혐의를 부인하는데도 제대로 추궁도 못했다. 정부 여당이 진상규명에 협조하지 않는데도 정당지지도에서 민주당은 새누리당에 압도당하고 있다.
민주당 스스로도 정국주도력을 잃고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답답해하는 것 같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이 크게 부각됐던 지난해 4월 총선에서 패배하고 대선까지 진데다 새 정부 들어 국회에서 정책경쟁을 하든, 장외투쟁을 하든 국민들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하니 복창이 터질 노릇이다.
민주당도 원인을 찾고 해법을 마련하느라 고심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태로는 안 된다. 구조나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제1야당으로서의 자세에 치명적 결함이 있다. 민주주의나 인권이라는 양보할 수 없는 가치가 도전 받는 급박한 현실에서도 대응전략을 놓고 계파간 계산이 다르고 서로 견제하느라 바쁘니,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그 동안 민주당의 문제점은 리더십 부재, 계파 대립, 친노의 폐쇄성, 시대변화 둔감, 취약한 인적 충원 등 다각도로 분석된 바 있다. 이를 알면서도 개선해내지 못하는 데는 치열함과 진정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추도위원장인 김석수 전 총리가 지적한 대로 '통렬한 반성과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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