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군부의 강제 해산으로 주춤해진 가운데 시위 주체인 무슬림형제단이 카이로 전역에서 시위를 재개하겠다고 예고, 이집트 정세가 당분간 극심한 혼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집트 신문 알아흐람은 17일 군인과 경찰이 카이로 람세스 광장 인근의 이슬람 사원을 장악하고 그 안에 피신한 시위대 700여명을 모두 해산시켰다고 보도했다. 전날 밤 광장에서 시위하던 사람들은 군경의 진압을 피해 사원으로 이동, 정문 입구를 책상과 의자로 막은 채 군경과 대치했었다.
이날 시위대 해산으로 14일부터 계속된 최악의 유혈 사태는 일단 중단됐다. 그러나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이슬람주의자들과 군부를 지지하는 비(非)이슬람 층으로 국민이 양분돼 충돌은 계속될 전망이다. 외신은 이번 사태 동안 이집트 콥트 기독교인의 교회와 주택, 사업체가 피해를 보았다고 전했다. 일부 외신은 18일까지 교회 40곳이 불타거나 약탈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카이로 남부 바니수에프의 콥트교 학교가 불에 탔고 수녀 3명은 수모를 당했다. 무르시 지지자들은 콥트교인이 군부 편을 들었다고 주장한다. 콥트교 교황인 타와드로스 2세가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이 무르시 축출을 선언한 자리에 참석한 것도 갈등을 키웠다. 하지만 콥트교는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들이 군과 경찰의 편에 서있다며 군부를 지지하는 태도를 보였다.
군부의 유혈 진압도 논란거리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군부가 헬리콥터에서 시위대에게 총을 쏘았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헬기 발포가 사실로 드러나면 군부는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위에 참가한 사드 무함마드는 "우리가 행진하고 있을 때 헬기에서 총을 쏘았다"며 "수십 명이 총에 맞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군경이 시위대가 피신해 있는 이슬람 사원을 포위한 뒤 "사원을 불태우겠다"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I)는 군경이 부당하게 폭력을 휘둘렀다고 비판했다. AI는 시위 현장을 둘러본 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화염병 등을 쓰긴 했지만 정부의 대응책은 지독하게 압도적인 수준이었다"며 "군이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행인에게도 무력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AI는 군경이 노골적으로 인명을 무시하고 국제법을 위반한 만큼 독립적이고 공정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사회는 유혈사태에 연일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협상과 대화 외에 이집트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며 "정치적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이집트의 위기가 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