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 건설로 보상을 받고 이주한 4,400여 가구의 원주민들 가운데 3,000여 가구는 2006년'주민생계조합'을 결성하고, 조합 산하에 장남㈜을 설립했다. 정부청사와 아파트 등 건물 관리와 청소·소독 등을 하며 재정착을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재정착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자본금 부족 등 경쟁력이 뒤지기 때문이다.
18일 세종 연기면 장남㈜ 사무실에서 만난 임재권(52ㆍ사진) 대표는 "정부와 행정도시 건설에 참여한 민간업체가 원주민들의 재정착을 위해 배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직업교육과 건물 철거사업, 은하수 장례식장 식당 운영 등 지금까지는 행정도시건설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원주민 재정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그러나 아파트에 이어 정부청사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되레 원주민들의 재정착은 멀어져만 가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정부청사 관리는 안전행정부에서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한다. 회사(장남) 자본금과 건물 관리 실적으로는 입찰 참가 자격조차 얻기가 어렵다. 임 대표는 안전행정부가 정부청사 관리업체를 선정할 때, 지역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한다면 자연스레 원주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남은 지난해 정부청사 입찰에 겨우 참여했으나 전국에서 몰려온 대형 관리업체에 밀려 꿈을 이루지 못했다. 2011년부터 주민이 입주한 한솔동 첫마을의 LH 임대아파트는 LH본사의 방침에 따라 입찰로 외지업체에 관리 용역이 넘어갔다.
임 대표는 "청소와 소독 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외지에서 들어온 관리업체들은 원주민들의 심정과 고충을 헤아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아파트 관리 실적을 쌓기 위해 한 해 2,000만원 정도의 손해를 보면서도 충북 청주에 있는 한 아파트의 관리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민간건설업체가 요구하는 실적을 갖추기 위해서다. 장남은 지난달 세종시로부터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돼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임 대표는 "정부와 민간건설업체가 원주민들의 재정착을 외면하더라도, 원주민들 스스로 자립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윤형권기자 yhk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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