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지난 5월 '영입 1호 인사'로 발표했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안 의원의 정책네트워크 '내일'이사장 직을 사임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의 세력화 작업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안 의원은 16일 "공식 직함(이사장)은 갖지 않기로 했지만 계속 조언해 주기로 했다"며 최 교수와의 갈등설을 부인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도 "영입할 인재들이 어느 정도 좁혀진 만큼 인재 최 교수의 사임이 향후 인재 영입에 큰 걸림돌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지역구인 노원구 상계3ㆍ4동에서 도시락 배달 봉사활동을 하면서 동행취재에 나선 기자에게 세력화와 관련한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인재 영입을 꼽았으며 상당 수준의 영입 작업도 진행됐음을 시사했다. 안 의원은 "사람 만나는 게 먼저"라며 "원칙적으로는 선거구와 상관 없이 (영입을) 진행하고 있고 재보선 지역과 관련 있는 사람들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난 사람 중에는) 처음부터 거절한 사람은 없었고 '고민해 보겠다'고 말한 분들은 여러 번 만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안 의원은 영입인사 발표 시점에 대해선 "일정을 정해두지 않았지만 기회가 되면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입 기준에 대해선 "여러 분야에서 열심히 일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든 분들을 찾고 있다"면서도 "기성 정치권에서도 입문 당시의 사명감을 잃지 않았지만 구조적인 벽에 부딪혀 좌절을 느낀 분들이 있는 만큼 그들도 영입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기성 정치권 인사들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당초 신당 창당의 분기점으로 예상됐던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정해져 있는 정치 일정에는 그 때의 상황에 맞춰 대응하면 된다"며 "선거를 고려해 인위적으로 만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을 만나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 일정에 따라 '신당'이란 그릇을 만들기 보다 그 안에 담을 내용물인 '인재'를 찾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최대한 인력 풀을 모아 무소속으로 출마시키되, 신당 창당은 해당 선거 결과 등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신당 창당은 내년 6월 이후나 2016년 20대 총선까지도 미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의원은 그러나 최 교수의 사임 원인에 대해선 다소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 화요일(13일) 최 교수님을 만났고 그 자리에서도 언론에 밝힌 이유(정치적 해석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선에서 답변을 마쳤다.
최 교수의 사임 원인에 대해선 안 의원 측에서도 추측만 분분하다. 안 의원과 가까운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최 교수가 언론과 기성 정치권에서 자신의 발언마다 해석하고 반응하니까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교수가 안 의원의 '새 정치' 구현을 돕는 과정에서 긍정적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기성 정치권의 견제와 반발이 계속되자 한계를 느끼지 않았겠느냐는 얘기다. 일각에선 "최 교수가 자신을 안 의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채널로 생각하는 정치권의 시선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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