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문화의 효율성 대신 창의성이 기업 성장력과 직결된다고 믿는 기업들은 강한 위계질서와 획일적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체질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
CJ그룹은 2000년 전신인 제일제당그룹에서 기업명을 바꿔 거듭나면서 국내 대기업 최초로 '님' 호칭제를 도입했다. 과거 연공서열에 따라 부장 차장 과장 대리 등 직급을 부르던 관행을 님이라는 호칭으로 통일한 것이다. 식품에 주력하던 제일제당 시절과 달리 유통,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사업 영역에 진출하면서 산업 특성에 걸맞은 창조적인 조직문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운 호칭 도입은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조직 유연화로 이어졌다"며 "과거 부장, 팀장 중심의 무거운 회의 분위기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호칭을 바꾸자 신입사원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CJ그룹 계열사인 CJ몰에서 내놓은 '토스하기' 서비스가 그 사례다. 군인들이 온라인 쇼핑 시 휴대폰이 없어 결제에 어려움을 겪는 점에 착안해 결제 대상을 따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결제방식인데,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사원의 아이디어였다. SK텔레콤, KT, 포스코, 한화, 롯데 등 일부 대기업들도 수년 전부터 직원 호칭을 '매니저'로 일원화하거나 등급을 간소화해 부르고 있다.
직함과 연차를 떼고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통로도 보다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북돋고 있다. 대림그룹은 사내 인트라넷에 신입사원부터 사장까지 참여해 150자의 단문을 올릴 수 있는 이야기방 '한숲 톡톡'을 만들었다. 모바일과 PC에서 모두 사용 가능한 이 이야기방에는 현장 직원들의 불만과 요구사항이 낱낱이 올라온다. 한화 역시 인트라넷을 통해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 아이디어 등을 가감 없이 듣고 있다.
KT는 젊은 직원들이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수 있도록 별도의 소통 조직을 만들었다. 입사 10년차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이사회 'KT 주니어보드'를 구성해 매월 청년이사회를 개최해 경영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온ㆍ오프라인에서 상사와 부하직원 간 자연스러운 대화가 잦아지자 아이디어도 늘고 정서적 거리감도 좁혀져 부서 내 소통이 원활해지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박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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