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의 중학생 A군은 지난달 중순 B사의 스마트폰용 '소셜 광고'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았다. 업체의 광고 동영상을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에 띄우면 다른 사람이 본 만큼 포인트를 얻어 모바일 문화상품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앱이다. 통상 한달에 5,000원 상당의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A군이 쌓은 포인트를 상품권으로 전환한 직후 와이파이(무선랜)를 끊자 포인트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았다. 일종의 버그(bug∙프로그램 오류)였다. A군은 남은 포인트로 다시 상품권을 받고 와이파이를 끊는 방법으로 상품권을 계속 챙겼다. 이 버그가 A군의 친구들에게도 소문이 나면서 너도나도 '버그 플레이'에 달려들었다.
이런 식으로 구미지역 중학생 수십 명이 10일간 무려 6,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써 버린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를 입은 B사는 해당 학생의 학부모들에게 피해액의 1.5배를 계산해 최대 1,500만원을 배상하도록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16일 B사와 버그 플레이를 한 학생 등에 따르면 버그가 상품권 획득에 이용된 기간은 지난달 20~30일이다. 앱이 출시될 때부터 버그가 있었겠지만 B사는 그 뒤에야 이를 수정했다. B사 측은 "구미지역에서만 버그를 이용했고 전국적으로 같은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버그를 이용해 상품권을 챙긴 사용자는 30여 명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각자 사용한 금액은 적게는 수십 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공짜로 얻은 상품권으로 인터넷 방송을 보거나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데 주로 사용했고 오프라인 패스트푸드 매장 등에서도 썼다. 일부는 다른 친구들도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16자리 핀 번호(비밀번호)를 공유했다. 100만원 가량 사용한 C군은 "버그 플레이 중 B사로부터 경고 메시지나 전화 연락 같은 것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버그 수정 뒤 사용자를 파악한 B사는 이달 초 해당 학생 학부모들에게 업무방해 및 변호사 자문료를 포함해 피해액의 1.5배를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배상하면 형사처벌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대부분 부모들이 돈을 입금했다. 한 학부모는 "버그가 발견된 뒤에도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아 피해 금액이 커진 측면이 있다"며 "우리 애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업무방해나 변호사 자문료를 합쳐 1.5배를 배상하라는 것은 과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B사 측은 "굉장히 독특한 버그라 사전에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항변했다. B사의 김모 대표는 "매일 시스템의 오류 여부를 인력으로 조사할 수는 없다"며 "운영자들이 다른 일을 제쳐두고 이 일 수습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라 운영피해로 인한 배상액이 과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법기관에 고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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