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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시위대 "전국서 분노의 행진"… 피의 금요일 닥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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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시위대 "전국서 분노의 행진"… 피의 금요일 닥치나

입력
2013.08.1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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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반정부 시위대가 14일 자행된 군부의 강제 시위 진압에 항의해 이슬람 예배일인 금요일(16일) 전국적 반정부 시위를 했다. 군부가 이끄는 과도정부가 이에 맞서 폭력시위에 실탄을 사용하겠다는 강경대응 방침을 밝혀 대규모 유혈사태가 재현될 우려가 높다. 14일 강제진압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정부 집계상 638명으로 늘었다.

'피의 금요일' 우려 증폭

반정부 시위의 주축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은 16일을 군부의 학살에 항의하는 '분노의 날'로 정하고 전국에서 정오기도 후 가두행진을 하자고 15일 성명에서 촉구했다. 무슬림형제단은 비폭력 평화시위 원칙을 유지하겠다면서도 "시위대의 분노를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폭력시위 가능성을 비쳤다.

반정부 세력은 15일 각지에서 정부 건물을 습격하는 등 폭력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수도 카이로 인근 기자에서 지방정부 청사 두 곳에 불을 질렀고 베니수에프, 이스마일리아 등 주요 도시에서 경찰서와 친(親)군부 기독교 분파 콥트교 교회를 습격했다. 이 과정에서 사상자도 다수 발생했다. 일부 시위대는 군부의 통행금지령(오후 9시~오전 6시)을 어기고 야간시위에 나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카이로에 무력진압 장소였던 라바광장, 나흐다광장을 대신한 새로운 시위 거점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군의 공권력 사용을 공식화한 이집트 정부는 이날 경찰의 실탄 발사를 허용하며 무력대응 수위를 높였다. 내무부는 이날 기자 지방정부 청사 방화 직후 성명을 내고 '정부 건물과 경찰 병력에 대한 공격에는 실탄으로 대응하라'는 지침을 일선 경찰에 내렸다. 14일 강제진압 당시 실탄 발사 의혹을 부인해온 정부가 총기 사용을 공식화한 것이다.

무함마드 이브라힘 내무부 장관은 국영TV를 통해 "현재의 시위는 국가 전복 의도를 갖고 진행되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면서 강경진압 고수 방침을 밝혔다. 이집트 법원은 이날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구금 기간을 30일 추가 연장했다. 지난달 3일 쿠데타로 축출된 무르시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내통했다는 의혹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구금돼 있다.

"이집트군, 시신 태워 사망자 수 은폐"

카이로 라바광장, 나흐다광장 등 강제진압 현장에서는 15일 희생자 신원 확인 작업이 진행됐다. 임시 안치소로 쓰이는 라바광장 인근 알이만 사원 등에도 친지의 시신을 수습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일부 시신은 심한 화상 때문에 식별이 어려웠다. 가디언은 "더운 날씨 때문에 시신 온도를 낮추는 얼음이 녹아 부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유족은 "당국이 시신 매장에 필요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집트 보건부는 이날 사망자 집계를 수정 발표하며 라바광장에서 288명, 나흐다광장에서 90명, 기타 지역에서 260명이 숨졌으며 4,00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망자 2,600명, 부상자 1만여명을 주장하는 무슬림형제단의 집계와 큰 차이가 있다. BBC방송 등은 이집트 정부가 알이만 사원 등을 제외하고 병원에 안치된 시신만 집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사망자 수를 은폐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터키 아나톨리 통신은 이집트군이 라바광장에 마련된 야전병원에 불을 질러 시신을 태웠다고 보도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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