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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사태에 국제사회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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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사태에 국제사회 촉각

입력
2013.08.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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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이집트 정부의 유혈 진압과 관련한 미국의 미온적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매년 막대한 군사 원조를 받는 이집트 군부가 시위대에게 실탄을 쏘고 불도저까지 동원했지만 미국은 원조를 끊기는커녕 군사 관계 유지를 천명했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15일 이집트 군부 최고 실력자인 압델 파타 알시시 국방장관과 통화한 뒤 "이집트와 군사 관계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헤이글 장관은 "(알시시에게) 폭력 행사는 양국 관계에 위협이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렸다"고 강조했으나 군사 원조 중단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집트 폭력 사태를 규탄했으나 원조를 취소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집트 군부에 매년 13억달러(약 1조4,540억원)의 군사 원조와 2억5,000만달러(약2,800억원)의 경제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중동지역 반미 이슬람 세력을 억제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이집트 군부에 자금을 지원해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군부가 미국으로부터 제공 받은 무기로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미국은 군부를 편들 수도, 비난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이번 유혈 사태 이후 미국이 이집트에게 보낸 경고는 다음달 미국과 이집트의 합동 군사훈련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한 것이 전부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이 "모든 형태의 원조를 재검토하겠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군사훈련 취소만으로는 충분한 경고가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브루킹스 도하 연구소의 사디 하미드는 "미국이 중동지역에 진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면 이번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입증해야 한다"며 "첫 번째 단계는 (이집트에 대한) 지원을 끊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은 벌써 이집트 제재에 나섰다. 덴마크 정부는 이집트에 제공해온 530만달러(약 59억원) 상당의 지원금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노르웨이는 군수 물자 수출 허가를 전면 동결했다. 카를 빌트 스웨덴 외무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도 이집트 경제 제재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에서도 이집트 군사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화당 대권 주자인 랜드 폴 상원의원은 이날 "미국인의 세금으로 폭력적인 군부를 지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군사 및 경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트릭 레히 상원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도 이집트 지원 보류를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5일 이집트 사태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가진 뒤 군부와 시위대 양측 모두에게 폭력을 종식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회의 이후에도 결의안이나 의장성명을 도출해내지 못해 이사국 간 의견차를 드러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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