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6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첫 청문회에서 날 선 공방을 주고 받았다. 야당은 검찰의 기소사실 등을 중심으로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경찰의 사건 축소ㆍ은폐 의혹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반면 새누리당은 야당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이번 사건 자체를 민주당의 실패한 정치공작이자 매관매직 사건으로 규정하고 프레임 자체를 바꾸는 데 주력했다. 여야의 공방에다 증인들은 선서를 거부하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서 국정조사 청문회는 '말싸움 장'으로 변해 버렸다.
여야는 공방에 몰두, 증인은 답변거부로 일관
먼저 공세에 나선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김 전 청장을 향해"(서울청이)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 전부터 대선 전'D데이'에 맞춰 선거개입 의혹을 해소해 주기로 보도자료 작성과 브리핑 준비를 추진했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D데이'란 사전에 시나리오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박원동 전 국정원 국장과 권영세 주중 대사(당시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와 미리 상의했느냐"며 새누리당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도 주력했다. 이에 김 전 청장은 단호한 태도로 "박 전 국장과 전화통화한 적은 있지만 권 대사와는 연락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원 전 원장을 향해"국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소위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비롯해 야권 후보를 비난하면서 정치권력의 차단을 강조하는 등 선거 개입과 관련한 다수의 지시가 있었던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 전 원장은 "국정원 구조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부인했다. 김민기 의원 등은 "김 전 청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 중간수사발표 전날인) 지난해 12월 15일 누구와 오찬을 했느냐"는 부분을 집중 질의하면서 수사 은폐 등을 모의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추가로 제기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 등은 "실제로 지난해 10월 국정원 직원 김모씨가 작성한 댓글을 찾아낸 게 6개다"라며"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방글과 박근혜 후보 지지 게시글이 없는 게 맞죠"라고 김 전 청장을 엄호하면서 야당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 같은 당 김태흠 의원은"국정원 댓글 사건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국정원 전·현직 직원이 민주당 선대본부 관계자와 사전 공모해 국정원을 활용했는데 실패한 정치공작"이라며"그 대가가 매관매직 사건이라고 정의한다"고 역공을 펼쳤다. 김 의원과 권성동 의원 등은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제2의 김대업 사건'이라고 비유했다.
고성과 삿대질로 난장판된 청문회
여야는 증인을 상대로 한 공방에 그치지 않고 의원들간 고성과 삿대질까지 주고받으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조특위 위원장인 민주당 신기남 의원이 모두발언에서"이번 사건은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크게 뒤흔든 헌정질서 파괴라는 게 대다수 의견"이라며"김용판 증인이 직권을 남용해 불법 개입한 게 드러났다"고 말하자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일제히"조사를 무엇 하러 하나. 결론을 다 해놓고 이게 무슨 국정조사냐 훈계지"라고 반발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후 청문회 과정에서도 상대방 발언 때마다"궤변이다", "왜 반말하느냐"는 등 고함을 치며 삿대질을 주고받았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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