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국정조사특위가 어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청문회를 열었으나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사건의 두 핵심 증인이 함께 출석한다는 점에서 이번 국정조사의 백미로 여겨지던 데 비하면 허망할 지경이다.
야당은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작업이 조직적 선거 개입의 일부라고 단정하고 원 전 원장을 몰아붙였다. 또 김 전 청장에 대해서는 사건 은폐 의혹 및 대선 직전의 심야 수사결과 발표 등이 치밀한 각본에 의한 것이라고 몰아세웠지만 마땅한 대답을 끌어내지 못했다. 반면 여당은 안기부 여직원에 대한 미행과 사실상의 감금을 문제 삼아 야당의 정치ㆍ선거 공작이 사건의 핵심 성격임을 부각하려고 애썼다.
이처럼 여야가 기본시각에만 매달려 자기주장을 늘어놓기에 바빴을 뿐 새로운 증거 발굴 등에 소홀했으니 애초에 '송곳 추궁'은 기대난이었다. 또 설사 새로운 사실을 들출 만한 날카로운 추궁이 있었더라도, 국회 청문회 사상 최초로 증인선서를 거부한 두 증인의 입에서 진실을 끌어내기 어려웠다. 선서 거부의 이유로 두 증인 모두 현재 재판 중인 사건의 방어권 보장을 내세웠다.
야당 의원들의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형사소송법과 국회 증언ㆍ감정법 규정에 따른 단단한 보호막을 깨뜨릴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 질타하고 화를 내는 게 고작이었다. 두 증인은 유리한 질의에는 곧바로 답하고, 불리한 물음에는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대답으로 일관하면서 결정적 질의 공세를 비켜갈 수 있었다. 증인선서를 하지 않는 증인이 거짓말을 하더라도 위증죄를 들이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법적인 보호막에도 불구하고 두 증인이 이날 보인 태도는 숨김 없이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적 요구와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정치적 비난은 피할 길이 없다.
두 핵심 증인이 출석한 좋은 기회를 흘려 보낸 만큼 여야의 확연한 시각 차이가 좁혀질 가능성은 사라졌다. 사법적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또 그 뒤로도 커다란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국민 인식의 '갈림 현상'이 더욱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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