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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에서 감성에세이로… 더 말랑하게 자세하게 깊이있게

입력
2013.08.1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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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없는 여행서들이 늘고 있다. 가이드북 형식의 여행서는 여행 시즌마다 꾸준히 찾는 이들이 있지만 이제는 어디를 다니며 무엇을 보고 먹어야 하는지보다 무엇을 느꼈는지 주관적으로 풀어 쓴 것이 여행서의 주류가 됐다.

▲이병률의 등 감성 에세이 각광

말랑한 감성으로 무장한 시인 이병률의 에세이 (2005)은 여행서 시장을 바꾸어 놓았다. 사람들은 천편일률적인 여행 정보서보다는 감성적인 사진과 에피소드와 장면에 중점을 둔 여행기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책을 낸 출판사 달의 김지향 에디터는 "그냥 여행산문서라기보다 '연서'나 '감성 에세이'로 자리매김하면서 여행서 시장을 새롭게 재편했다"며 이후 감성 여행기 전성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의 이병률, 의 김동영, 의 장연정, 의 최갑수 등의 책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소소한 행복을 강조하는 요즘의 힐링 코드는 사실 이런 여행서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한동안 우후죽순 쏟아졌던 사진 중심 여행 에세이는 독자들의 호응이 예전만 못하다. 여행 에세이를 주로 펴내고 있는 출판사 북노마드의 이동희 대표는 "여행 에세이가 거의 없던 시절 사진작가들이 책이 반짝 인기를 끌기도 했으나, 지금은 사그라드는 추세"라며 "일부 작가들의 스테디셀러 책만 남고 정리되는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더 내밀한 정서를 찾아서

천천히, 느긋하게,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느낄 것을 권하는 것도 요즘 여행서의 흐름이다. 작은 카페, 익숙한 일상, 조용한 풍경 등 휙 지나치면 놓치게 되는 것들을 붙잡아내고 있다. 카페나 베이커리, 막걸리 주점, 서점, 박물관, 사찰 등 하나의 주제만 파고든다든지 제주 올레, 전주 한옥마을 등 한 지역에서도 특정 공간이나 장소를 다루는 책이 많아졌다. 도란 알라딘 MD는 "지역 전체를 아우르기보다는 범위와 주제를 좁혀서 자세히 소개하는 게 일반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정보를 간단히 휴대폰으로 검색할 수 있는 요즘 가이드북도 특정 지점을 손바닥 보듯 샅샅이 훑어보는 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시공사의 , RHK의 , 상상출판 , 안그라픽스 , 중앙북스의 등이 대표적인 시리즈로 꾸준히 팔리고 있다. 걷기 여행 붐으로 한때 인기를 끌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제주 올레 소개서처럼 이미 비슷한 버전의 책이 여러 권 나와 있어 구매자 취향대로 고를 수 있게 된 것도 특징이다.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의 영향으로 캠핑 관련 서적도 부쩍 늘었는데, 출판 관계자들은 "캠핑 서적은 몇 년 간 쏟아져 나왔다고 해도 좋을 만큼 인기 아이템"이라고 입을 모았다. 캠핑서도 엄마랑 아이가 함께 떠나는 여행 또는 아빠랑 하는 여행 등 좀더 세분화된 가족 여행기로 탈바꿈했다. 박준표 인터파크 MD는 최근 출간된 를 예로 들며, "30세 아들과 60세 어머니의 300일 세계 여행기를 담은 이 책처럼 주제와 정서가 독자층에게 친근하고 성격이 확실한 책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고전으로 자리잡은 유명작가들의 여행기

유명 작가들이 여행지에서 장기 체류하면서 현지의 일상을 전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보며쓴 에세이는 여전히 인기다. 독특한 구도의 사진과 뛰어난 문장이 인상적인 후지와라 신야의 동양 여행기 3부작 은 여행서의 고전으로 통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남유럽에서 보낸 3년을 특유의 재치와 감성으로 써낸 도 여러 세대를 거치며 읽히는 작품이다. 베스트셀러에 들지는 못했으나 30여년 간 절판되지 않고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김화영의 은 훌륭한 산문집으로 오롯하다. 비행기에서 내다 본 파란 하늘을 표지로 하고 있는 알랭 드 보통의 역시 여행 자체의 철학적인 지점을 위트 있는 문체로 풀어내 사랑을 받고 있다.

김희조 예스24 문학 담당 MD는 "요즘은 여행서 하면 사진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지만 깊이 있는 사유나 걸출한 문장으로 감동을 주는 책들 역시 오래도록 읽히고 있다"고 전했다.

▲판매 부수 보장하는 연예인 책도 꾸준히 출간

유명인들이 해외 명소를 둘러보고 감상을 쓴 여행서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연예인들이 화보를 겸해 책을 내는 경우가 많다. 아나운서에서 여행작가로 변신한 손미나의 책은 꾸준히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고 있으며, 한류 스타 배용준의 여행 에세이 이나 배우 최강희의 등도 출간된 지 몇 년이 흐른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있다.

유수정 교보문고 광화문점 학예서적관은 "연예인 관련 도서는 판매가 꾸준하지는 않으나 팬들의 구매로 몇 천부나 몇 만부는 거뜬히 보장되기 때문에 불황기 출판 시장의 효자 아이템 노릇을 톡톡히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인기 걸그룹 오렌지 캬라멜이 서울 전주 등을 여행하며 단상을 적은 을 출간하는 등 연예인들도 다른 책보다 에세이를 겸한 여행서를 쉽게 쓸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출간될 전망이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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