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수가 2만명이 넘는 대표적 공공사업장인 코레일(전국철도노조)의 파업이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박근혜 정부 첫 대규모 파업으로 정부의 노사관계 대응에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 소속 기관사들과 승무원들은 8일부터 사복을 입고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6월 26일 공개된 국토교통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에서 2015년 개통될 수서발 KTX 운영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확인됨에 따라 정부의 철도 민영화에 항의를 표하는 것이다. 철도노조는 이미 6월 27일 투표에서 압도적 찬성률(89.7%)로 파업을 가결한 상태다. 파업시기는 지도부에 위임됐다.
파업 전운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16일 국토부가 현재 공모절차가 진행 중인 코레일 사장에 정일영 전 국토부 교통정책실장을 앉히려 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정 전 실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철도 민영화'를 추진했던 핵심 인물. 철도노조는 19일부터 간부들의 철야농성, 24일 서울역 집회를 열어 투쟁동력을 고조시킬 계획이다.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은 "지도부는 수서발 KTX 운영회사의 설립이 강행되는 시점에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으며 파업시기는 다음달 초에서 19일(추석)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대규모 사업장인 철도노조의 총파업은 멀리 1988년 7월(노태우 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민주화 이후에도 2002년 2월(DJ 정부), 2003년 6월(참여정부), 2009년 11월(이명박 정부)까지 정권을 불문하고 이어져왔다. 특히 민주화 이후에는 '공기업 민영화'라는 사회적 의제를 둘러싼 노동계ㆍ시민단체와 정부ㆍ자본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돼왔다. 참여연대, 경실련, YMCA 등 시민단체들이 16일 정일영 전 실장의 코레일 사장 내정설이 불거지자 공동으로 비판성명을 낸 것도 그런 이유다.
또한 조합원 4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도 20일부터 주야간 4시간씩의 부분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임단협 결렬을 선언하고 70.81%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3만498원 인상, 상여금 800%(현 750%) 지급, 퇴직금 누진제 보장, 대학 미진학 자녀의 취업 지원을 위한 기술취득 지원금(1,000만원) 지원 등 총 75건, 180개 세부항목에 달하는 방대한 요구안을 내놓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추석연휴 이후엔 집행부 선거가 예정돼 있어 임단협이 장기 교착될 가능성도 있다.
철도노조 위원장 출신인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2009년 이명박 정부는 노골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고 총파업을 유도해 노조를 깨뜨림으로써 노사관계를 재편하려 했다"며 "다음달로 예정된 철도노조 총파업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보면 박근혜 정부의 노사관계에 대한 시각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이왕구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