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SK 감독은 지난 7월 말"8월 중순까지 희망이 보이지 않으면 리빌딩 모드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결연한 각오가 약이 된 걸까. 약속한 시점을 눈 앞에 두고 SK 선수들의 '가을 DNA'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최근 6연승으로 4위 넥센에 5경기 차로 추격한 SK는 이제 리빌딩은 '없었던 일'로 하고 총력전에 돌입할 분위기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포스트시즌 진출 팀의 윤곽이 나온다. 그러나 올 시즌엔 치열한 순위 경쟁으로 아직 누구도 앞으로의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현장을 지휘하는 사령탑들도 '노선'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운명이 엇갈리고 팀은 SK와 KIA다. 성적은 비슷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SK가 시즌 내내 부진할 때도 야구 전문가들은 쉽사리 4강 후보에서 제외하지 못했다.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경험이 풍부한 SK 선수들이기에 '마음만 먹으면'언제든지 4강 경쟁에 뛰어들 팀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SK는 최근에서야 손발이 맞아 돌아가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4위권과 극복하기 쉽지 않은 경기 차지만 이 감독은 잔여 시즌 남아 있는 전력을 총동원할 태세다.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복잡미묘한 심정을 지니고 있을 사람은 선동열 KIA 감독이다. 시즌 초반인 4월 13승1무5패로 가장 완벽한 팀이었던 KIA는 불과 4개월 만에 7위로 추락했다. 38경기가 남아 있지만 넥센과 7경기 차다. 그의 말대로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잔여 경기 수다. 산술적으로 희망은 남아 있지만 반등의 동력을 상실했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김주찬이 또 다시 허벅지 부상을 당했고, 양현종도 옆구리 부상으로 다시 개점 휴업했다. 2군으로 간 송은범까지 주축 선수 3명을 한꺼번에 잃었다. 숨 죽은 방망이와 허약한 불펜 등 총체적 난국이다. 그렇다고 '시즌 포기'를 선언할 분위기도 아니다. 남아 있는 가능성은 둘째 치고 KIA는 올해 우승을 위해 모든 걸 쏟아 부었다. 자유계약선수(FA) 김주찬을 50억원에 데려 왔고, 구장 잔디 교체 등 막대한 투자를 했다. 트레이드와 용병 교체도 했다. 선 감독을 '모셔'간 것 자체가 우승을 위한 것이었다.
선 감독도 "우리가 연승을 하긴 해야 하는데 그럴 힘이 없다"며 우울한 현주소를 직시했다. 16년 만에 친정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해 그는 "올해는 팀을 리빌딩하는 단계다. 이 전력으로 우승을 노리긴 무리"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더 나쁜 상황이 돼 버린 올해 선 감독의 속은 타 들어간다. 희망을 발견한 SK도, 절망에 빠져 있는 KIA도 리빌딩은 어울리지 않게 됐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